“한전, 보여주기식 희망퇴직”…내부 비위는 급증 [공기업은 지금]

“한전, 보여주기식 희망퇴직”…내부 비위는 급증 [공기업은 지금]

- 희망퇴직 149명 선정, 탈락 직원들 반발
- 위기상황에도 지난해 직원 징계처분 늘어
- 비용 절감 중 용역 맡긴 보고서는 부실

기사승인 2024-06-14 06:00:33
한국전력 본사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동결 등을 이유로 적자에 빠진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공공요금 인상에 앞서 위기상황에서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승인 불가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회사 경영진과 상임인사위원회 등을 상대로 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 등 법적 대응을 추진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 대리인을 통한 공익신고도 검토 중이다.

앞서 4월 말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시행 방안 중 하나로 희망퇴직을 실시, 지난달 24일 신청자 369명 중 149명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희망퇴직자로 선정된 이들은 명예퇴직·조기퇴직금 외에 별도 희망퇴직 위로금을 지급받는다. 위로금 약 122억원은 직원들의 2022년 경영평가성과급을 자발적으로 반납받아 마련했다.

그러나 희망퇴직자 선정 결과 신청자의 60%가 탈락하면서, 탈락 직원들 사이에서 ‘위로금이 적은 순으로 선정하겠다고 했음에도 저연차보다 고연차 간부들을 대거 수용해 위로금을 지급했다’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한전의 ‘희망퇴직 시행기준’에 따르면 신청자가 가용 재원을 초과해 몰릴 경우 위로금이 적은 순, 정년 잔여기간이 짧은 순, 근무기간이 긴 순 등으로 순차 적용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특히 수용 인원이 너무 적은 데다 경영상 문제를 직원의 희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한전의 총 직원수가 2만2000명이 넘는데 이중 149명이 퇴직한다고 해서 이를 과연 ‘뼈를 깎는 자구안’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외적으로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다 오히려 내홍만 심화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한전이 전기료 동결로 인해 적자가 심화되고 있음을 이해하면서도, 내부 기강 해이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의 직원 징계처분 건수는 2022년 92건에서 지난해 155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5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올해도 1분기 기준 42건의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를 기준으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723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징계처분(572건)이 내려졌다. 적극적인 감시로 인한 통계상 오류라는 주장도 있으나, 여전히 내부 비위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처벌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꾸준히 불거지는 갑질 논란도 한전의 자구노력을 퇴색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올해 초에는 지역본부 지사장이 차장급 직원에게 폭언 등 괴롭힘을 지속했다는 폭로가 나와 회사가 감사에 돌입, 해당 지사장을 타 지사로 전출보내기도 했다. 특히 3직급에 해당하는 차장급 직원의 경우 노조 가입이 제한되는 데다 승진 과정에서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영향력이 커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한전이 약 1억5000만원을 내고 용역을 맡긴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번역, 수치 등 다수의 오류가 발견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내실경영이 이러한 부분에서부터 실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전의 해당 용역 계약 비용은 지난해 나라장터에 공시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보고서 관련 용역 중 상위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전기요금 동결이 맞지만, 지난 몇 년간 적자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내부 결속을 통해 이러한 잡음들을 줄여야만 일련의 자구안들도 진정성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의 경우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실시해야 하는 만큼 직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받아 마련한 재원 내에서 최선·최대의 방법으로 시행했고, 사전에 공지한 기준대로 진행한 것이기에 규정을 어긴 부분은 없다”면서 “적자 해소를 위해 요금 정상화가 필요한데 한 번에 인상하기엔 국민 부담이 크다보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진정성 있는 자구안들을 마련하고 있으며, 내부에서 재무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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