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인도법인의 현지 기업공개(IPO) 절차에 본격 돌입하면서 현대차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인 기아까지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IPO를 계기로 주주환원정책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상황. 하지만 인도 정부와 이해관계 문제로 단시간에 주주환원 확대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1.24% 오른 28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가는 오전 29만2500원까지 오르면서 장중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현대차 주가는 이번 주 들어 6.9%, 그룹 계열사인 기아 주가도 3.60% 올랐다.
이같은 주가 상승세는 현대차 인도 현지법인(HMI)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을 제출했단 소식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투자설명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IPO를 통한 조달 규모는 최대 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인도 증시에서 그동안 최대 IPO 규모였던 인도 생명보험사(LIC)의 24억6000만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앞서 현대차는 이달초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자회사 상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상시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입장을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인도법인 상장이 추진된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주(100%) 가운데 최대 1억4200만주(17.5%)를 IPO로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현대차 인도법인은 신주 발행 없이 모회사인 현대차가 보유한 지분 일부를 시장에 내놓는 공개매각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개 매각 지분율을 역산하면 현대차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은 약 171억달러(23조7000억원)로 추정된다.
인도법인 IPO는 현대차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인도법인의 시가총액 171억달러를 가정하면, 현대차 주가는 현재 주가 대비 18.8%가량 추가 상승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낙관적인 시장 전망치를 반영할 경우 현대차 기업가치 상승효과는 약 16조8000억원(현 주가 대비 29.9%)에 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인도법인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 기업의 가치 제고 방침에 현대차도 포함된 것도 주주환원 기대를 뒷받침 한다. 전날 종가 기준 현대차의 PBR은 0.79배다. 통상 PBR 지표가 1배 미만이면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아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IPO를 통해 유입된 현금으로 인도 및 미래차 투자와 특별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은 큰 폭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는 7~8월 발표되는 현대차 주주환원정책과 별도로 진행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자사주 매입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유입 현금 중 20~30%를 자사주 매입 소각에 활용한다면 1.5%~2% 지분을 소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 영향에 모회사 현대차의 주주환원정책이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IPO를 승인할 인도 모디 정부와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해당 자금이 인도에 대한 재투자가 아닌 본사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투입될 개연성은 다소 낮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만 IPO가 모회사인 현대차 기업가치 제고로는 이어질 것이다. 동일 증시 내 중복 상장이 아니고 기업분할 절차가 불필요한 케이스”라며 “현대차 인도법인이 IPO에 성공할 경우 현대차에 시장이 부여해 왔던 전통적 PER 밸류에이션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