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년 5개월 만에 2800선을 뛰어넘으며 훈풍을 맞이한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삼천피(3000p)’ 이상으로 조정하면서 당분간 증시 훈풍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0.38%(10.70p) 오른 2807.63에 장을 마감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8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2년 1월21일(2834.29)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2630선까지 후퇴했으나 이달 초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이달 코스피 상승률은 전날 기준 6.5%에 달한다.
이같은 증시 상승을 주도한 것은 미국 반도체주의 강세 여파로 해석된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승세로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3조3350억달러(약 4609조원)로 뛰어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달러)을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에 등극했다.
엔비디아의 상승은 코스피 반도체 종목들의 오름세를 견인했고, 이는 코스피 지수의 상승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전날 테마별 상위 업종은 반도체주가 차지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49% 오른 8만16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1.71% 상승한 23만7500원으로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DB하이텍은 24.54% 급등한 5만7100원을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증시에서 인공지능(AI) 강세로 엔비디아가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가운데 코스피 시장도 수혜 업종인 반도체 대형주 등이 증시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면서 “나쁘지 않은 경기 속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돌입에 따른 증시 훈풍은 계속 이어지게 될 확률이 지배적이다. 최근 연준 위원들은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방향성이 향후 바뀌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 연구소들은 이에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3000선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코스피 밴드 상단을 3150으로 제시했다. 올해의 경우 수년간 계속되던 이익 하향 조정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익 가시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MSCI 한국 기준으로 시장은 내년 당기순이익이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주요국 증시 중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사이클이 지난 90년대 닷컴 사이클과 유사하다고 판단한다. 지향점을 가르는 것은 생산성 개선 여부의 확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증권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올 하반기 코스피 고점을 3100선으로 봤다. 대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3110으로 제시했고,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등 여타 증권사들도 코스피 상단을 3000 이상으로 전망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 훈풍을 계기로 투자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KB증권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및 국내 투자자 관심 재점화를 위해 ‘어게인 바이 코리아(Again BUY KOREA)’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자사 모바일트레이닝시스템(MTS)에 관련 전용관을 신설해 리서치본부에서 선정한 어게인 바이 코리아 종목을 게재하는 방식이다.
어게인 바이 코리아는 중장기 관점에서 △저평가 및 우량 국내 기업 소개 △국내 증시 활성화 기원 △투자자 및 기업 동반 성장 등을 지원하는 KB증권의 슬로건이다. KB증권(옛 현대증권 시절)은 지난 1999년 ‘BUY KOREA’ 캠페인 진행으로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과 성장 가능성을 알리고, 실제 투자 유치 성과 및 한국 기업의 글로벌 인지도 상승에 기여한 바 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