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이 러브버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치구는 도시해충 급증세에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러브버그는 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다. 국내선 2년여 전부터 수도관 지역을 중심으로 출몰하기 시작했다. 짝짓기 하는 동안은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다닌다. 상위 포식자인 물고기나 새의 먹이가 돼 익충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유난히 많은 개체가 출몰하면서 시민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A씨는 “사람이 지나가도 피하지 않고 몸에 붙는다”며 “집에 있을 때는 환기조차 하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윤영희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불편 신고는 지난 2022년 4128건에서 지난해 5600건으로 약 27% 증가했다. 2022년에는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 3개 자치구에 민원이 집중됐지만 지난해에는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러브버그로 인한 불편 민원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년도에 비해 러브버그 민원이 100건 이상 증가한 자치구는 종로구·중구·성북구·양천구·강서구·구로구 등 6개 자치구다. 이들 6개 자치구 러브버그 민원 건수는 평균 약 43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강서구는 민원이 2건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100배를 뛰어넘는 규모의 민원이 접수됐다.
중구와 구로구는 고압 살수차를 동원해 작업에 나섰다. 중구는 주민 신청을 받아 ‘찾아가는 살수차’를 투입한다고 24일 밝혔다. 물을 싫어하는 러브버그 습성을 감안해 많이 출몰하는 곳에 물을 뿌려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구로구도 민원다발지역과 공원 녹지 지역에 살수차로 물리적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오는 7월 초부터 방역업체를 동원해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양천구는 고압 살수차에 더해 살포기와 분무기도 동원했다. 구는 최근 고압 살수차 등 방역 차량 15대, 초미립자 살포기, 충전식·압축식 분무기를 동원해 주택가, 다중이용시설, 녹지 등에서 러브버그 방역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브버그 개체수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유독 심하게 늘어난 강서구는 쉴 틈 없이 방역 작업을 실시 중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지난 6월15일 이후 하루에 100건 이상 민원이 폭증했다”며 “민원 방역단을 3개 조로 편성해 하루에 쉴 틈 없이 방역을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주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공개한 설문조사를 보면 시민들은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더라도 심미적(다수 개체 활동)으로 좋지 않은 경우(34.6%)나 개체 수나 인체의 영향과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곤충·벌레(24.1%)는 모기 등 해충과 같이 방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 위원은 “시민의 (정신적) 건강이나 안전, 재산상 피해를 막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