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가 있는 모든 곳이 병원…“생체신호로 토탈 케어” [D.H 인터뷰]

침대가 있는 모든 곳이 병원…“생체신호로 토탈 케어” [D.H 인터뷰]

임석훈 뷰노 사업본부장 인터뷰
생체신호와 AI 결합…가정·병원 연결해 관리
“데이터 표준화 통해 산업 리드해야”

기사승인 2024-06-25 14:00:08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진료, 치료,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DH)는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마주하고, 혁신을 말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삼성전자에서 15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던 임석훈 뷰노 사업본부장이 생체신호 의료기기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뷰노 

맥박, 호흡 수, 체온, 혈압 등은 기본적인 몸 상태를 보여주는 생체신호다. 최근 이 생체신호를 활용한 기술이 병원 문턱을 넘어 일상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워치로 자신의 수면 및 심장 박동 양상 등을 간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심장내과, 비뇨기과, 정신의학과 등 전문 진료과 영역의 진단이 집 안에서 이뤄지도록 돕는 첨단 의료기기도 등장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생체신호 의료기기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응급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증상을 빠르게 잡아내 만성질환자나 독거노인에 대한 관리를 지원한다. 또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반영하면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생체신호 기기 하나로 건강과 의료, 가정과 병원을 아우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우리에겐 ‘데이터 표준화’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대규모 데이터는 의료 시장을 여는 핵심이다. 현재 병원과 기업이 크고 작은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프로토콜이 달라 통합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에서 15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개한 임석훈 뷰노 사업본부장을 만나 생체신호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위한 해결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Q.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전망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르면 2030년부터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산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다. 앞으로 5~6년 후 대부분의 국가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성질환 증가, 진단·치료 영역 확장 등에 따라 디지털 기기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면 보험 적용 같은 정부 지원도 늘어난다. 초고령화를 일찍 맞은 일본의 경우 2022년 전 세계 최초로 의료 AI 제품에 보험 급여를 적용했다. 급여가 책정되면 제품 매출이 크게 늘고,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갖는다.

Q.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당장 상업화가 가능한 분야는 생체신호 의료기기다. AI 기반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는 MRI, CT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의 진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활용 범위가 국한돼 상업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생체신호는 포용할 수 있는 질환의 스펙트럼이 넓다.

생체신호의 주축이 되는 심장은 각기 다른 장기, 신경과 연결돼 있다. 심장의 상태를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질환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생체신호 기기와 관련된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작다. 그만큼 성장 잠재성이 있다는 뜻이다. 

생체신호는 세계적으로 수십억대가 팔린 스마트워치를 통해서도 감지가 가능하다. 여기에 의료 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진단 보조 용도로 쓸 수 있다.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도 AI 기술을 이용해 진단 범위를 넓히면 각종 질환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토탈 진단 솔루션이 된다. 생체신호는 적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Q. 초고령사회에서 주목받을 기술은

침대가 있는 모든 곳을 병원으로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즉 의료기기 하나만 있으면 병원이나 요양시설, 가정 등 공간과 상관없이 건강 및 질환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초고령화 시대가 오면 고령층을 관리할 의료 플랫폼이 필요하다. 생체신호와 AI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는 질병을 빠르게 진단할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으로 이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플랫폼은 건강 주체인 개인이 스스로 생체 데이터를 측정, 기록,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개인과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향후 의료 AI 기업은 더 큰 범위의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본다. 전기 자동차를 개발한 ‘테슬라 모터스’가 IT 사업 전반으로 보폭을 넓혀 ‘테슬라’로 이름을 바꾼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광범위한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Q. 시장 성장을 위한 선결과제는

우리나라는 기술력에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산업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선 미흡함을 보인다. 미국과 같이 거대한 규모의 산업을 선도하는 나라들은 ‘표준화’부터 시행한다. 의료 데이터 등의 정보를 하나의 프로토콜에 맞춰 표준화시키면 병원과 기업 모두가 요긴하게 자료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병원에 묶여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가지고 오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표준화도 안 돼 있어 활용조차 어렵다. 

산업을 다 같이 키우는 ‘윈-윈(win-win)’ 전략이 필요할 때다. 국내 기업과 병원은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를 숨기기 바쁘다. 시장이 너무 작고 돈을 벌기 힘들다보니 자기만 중요해지고 산업 자체를 키울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시장 전체 데이터의 80~90%를 보유한 구글이 앞장서서 표준화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네이버가 시장 데이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네이버를 중심으로 충분히 데이터 표준화가 가능하다. 한참을 앞질러간 미국은 조만간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한다. 속도를 내 시장을 리드할 게 아니라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해외 진출에 집중하는 게 낫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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