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대한 엇갈린 평가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탄핵에 찬성하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유승민 전 의원과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같은 검찰 출신 인사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는 차별화에 성공할 거라는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3일 당대표 출마선언과 함께 ‘채상병 특검법’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여야 정치권이나 대통령이 아닌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특검법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과는 다소 다르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연결 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통령실과 대립 구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권 경쟁자들은 한 전 비대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 조건부 수용 발언 직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나경원 의원은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은 대통령 탄핵으로 가기 위한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며 “‘한동훈 특검법’도 야당이 발의했는데 국민 여론이 높으면 특검을 받을 것이냐”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 후 “(한 전 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를 철저히 하고 미진함이 있다면 그때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며 대통령실과 같은 입장을 밝혀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파격 행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연상시킨다는 해석도 있다. 특히 대통령실과 대립했으며, 탄핵 정국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전 의원이 ‘오버랩’이 된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얘기하기 전에 총선 참패를 사죄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국면에서 당내 갈등을 촉발시켰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하며 “우리 당에 있는 사람들이 탄핵시켰다”며 “나는 그 상황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5월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사실상 대통령실과 대립했다.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고 대통령실의 엄포에도 야당과 협의해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탄핵 정국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표를 던져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공교롭게도 한 전 비대위원장도 비슷한 행보라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검찰 후배로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또 최근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대통령실이 내세운 ‘수사 먼저’ 원칙과 반대로 ‘채상병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대통령실과의 절연을 선포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특검법에 대한 조건부 찬성 같은 경우 결국 그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라며 “윤 대통령 관점에서 보면 적군이 쳐들어오는데 먼저 가서 성문을 열어준 격”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야권 내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는 다르게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민주당에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한 것이다. 보통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 선언하는 사람은 다음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원래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이었는데 저렇게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면서 당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은 상당히 긴장해야 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