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TV 토론 참패에 해외 주요 언론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29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다수 매체가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약한 모습을 표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조 바이든은 대체 후보에 양보해야 한다’는 기사를 상단에 배치했다.
이 매체는 “그의 가장 위대한 마지막 정치적 행동이 미국을 비상 상황에서 구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고통스러운 90여 분간 바이든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4년 더 맡기엔 너무 병약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조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하는 임무를 완수하기에 너무 노쇠해 보였다”며 “이번 토론은 미국과 전 세계에 슬픈 광경”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은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했다”며 “물러서는 것이 품위 있고 정치가다운 움직일 수 있으며 민주주의 보전이라는 그의 넓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최선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설에서 “토론 이후 바이든이 계속 후보로 남아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고 그 대답은 부정적”이라며 “다양한 국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은 개인적인 고려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사설에서 “이번 토론에서 도출 가능한 결론은 단 하나,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재선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수필가인 루이 사르코지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고문에서 “바이든을 11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전면전을 시도할 것인가라는 선택이 남아있다”며 “절박한 시기엔 절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대륙의 주요 웹사이트가 통렬한 반응과 논평으로 넘쳐났다”고 전했고, 이탈리아 코리에레델라셀라는 “바이든 대통령이 쉰 목소리로 혼란스럽게 행동했다”고 혹평했다.
폴란드 오네트(Onet)는 “트럼프가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나아가 폴란드에 나쁜 소식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주장했고, 스웨덴 방송 SVT와 핀란드 Yle는 바이든의 모습을 “거의 재앙”, “재난”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바이든을 지지했던 미국 주요 언론들도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매체인 일간 뉴욕타임스는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 제하의 사설을 싣고 “유권자들이 바이든은 4년 전의 그가 아니라는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못 본 척할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면서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나이와 쇠약함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눈감아주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길 희망하는 건 너무 큰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안고 있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안정을 위험에 처하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트럼프 2기 집권에 맞서 명확하고 강력하며 에너지 넘치는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갖춰진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MSN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 진행자인 조 스카버러는 “그날 밤 그는 입을 벌리고 앞뒤로 눈을 움직이면서 상당 부분을 보냈다”며 “그는 트럼프가 하는 말의 진위를 따지지 못했고 연신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토론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조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좋은 대통령이지만 재선에 나서선 안 된다”고 말했다.
CNN 소속 정치평론가 반 존스는 “그는 오늘 국가와 지지층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시험을 치렀으나 실패했다”면서 “이 당은 앞으로 나가기 위한 다른 길을 찾을 시간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토론 후 미국 유권자의 60%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교체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2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0%가 전날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확실히’ 또는 ‘아마도’ 후보에서 교체돼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유권자 중에서도 47%가 후보 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