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동장치 작동 안 한 시청역 참사, 급발진 가능성도”

“긴급제동장치 작동 안 한 시청역 참사, 급발진 가능성도”

사고 차종, 과거 긴급제동장치 이슈로 리콜
“충돌 당시 긴급제동장치 작동 하지 않아”
정확한 분석 위해 ECU 등 다각도로 검사 필요

기사승인 2024-07-05 05:02:04
지난 1일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현장 조사에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의 가해자 차모씨(68)가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하면서 급발진 여부를 뒷받침할 단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청역 사고를 낸 제네시스 G80 모델은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았다. 2013년 7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차량 중 제동장치 및 전자제어 유압장치의 결함이 발견돼 전기 합선으로 관련 부품이 불에 탈 위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청역 사고 차량은 해당 부품을 이미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가 가해 차량 사고기록장치(EDR)에서 사고 직전 가속페달(액셀)을 90%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급발진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사고 차량에 대해 “사고 차량은 긴급 제동 장치에 문제가 있어 리콜을 한번 받은 차”라며 “긴급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DR만으로 이번 사고가 급발진이 아니라고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명장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블랙박스, EDR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비율로 따지면 운전자의 과실은 3, 자동차의 제어 및 결함 문제 7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고 당시 차량이 서서히 멈춰 기존 급발진 의심 사고와 다르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는 전자제어장치(ECU)와 연결된 것”이라며 “사고 당시 ECU가 망가졌다면 제동등도 들어오지 않는다. 제동등 작동 유무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차량은 긴급 제동장치가 설치된 차량이다. 운전자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긴급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으려면 EDR, 액셀 포지션 센서, 스로틀 바디, 브레이크 시스템 등 세밀하게 엑스레이 검사 등 알고리즘 문제까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차량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차씨의 ‘급발진 사고’ 주장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14년 동안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79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급발진을 인정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경찰은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하는 한편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분석, 사고 경위를 다각도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이번 사고 경위 규명에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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