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국민주 반열에 올랐던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한 점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도 이들 종목에 대해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올해 초 22만75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15만9800원으로 29.75% 급락했다. 올 상반기 내내 유의미한 주가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며 꾸준한 우하향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2021년 7월 기록한 최고가인 46만5000원과 비교하면 65.63% 떨어진 수준이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주가는 같은 기간 5만7900원에서 4만300원으로 30.39% 내려갔다. 4월3일 5만1000원으로 마감한 이후 약 두 달 동안 5만원선을 재등반하지 못한 채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이다. 현재 주가는 최고가인 17만3000원 대비 76.71% 급락한 상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IT업계를 선도하며 개인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던 성장주였다. 지난해만 해도 모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포진했으나, 전날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는 12위, 카카오는 20위권까지 밀려났다.
이같은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 부진의 배경에는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가 산재한 점이 꼽힌다. 우선 네이버는 일본 총무성이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의 행정지도에서 라인야후에 ‘네이버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야후에서 개인유출이 발생한 게 원인이다.
이후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64.5%의 지분을 보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보유했다. 현재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기적으로(A홀딩스) 지분매각은 없다”면서도 “장기적 전략을 결정해 확답하긴 어렵다.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네이버 지분가치가 희석된 점도 악재다. 외국인은 네이버웹툰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으로 네이버를 순매도 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웹툰 IPO로 모회사 네이버 주가는 지분 희석·더블 카운팅 등 지분 가치 할인에 따라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사업 분야를 늘리면서 ‘문어발 확장’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28개사로 이 가운데 상장회사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를 1년여 만에 연달아 상장시키며 ‘쪼개기 상장’ 비판에도 직면했다. 상장 자회사들도 올해 들어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면서 카카오의 밸류에이션에도 타격을 줬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보고서를 쏟아내며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돌입했다. 하나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네이버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내렸다. 대신증권은 24만원으로 낮춰 제시했다.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각각 5만1000원, 5만6000원, 5만8000원으로 눈높이를 내렸다.
이는 올 2분기 실적 부진 전망과 함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영향도 있다. 네이버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4219억원이며 시장 컨센서스를 5% 밑돌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도 영업이익 1328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면서 컨센서스를 10% 하회할 전망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문제는 안정적인 광고사업과 수익성 방어를 투자 포인트로 꼽기엔 매력도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정체된 매출 성장 곡선을 조금이라도 상향시킬 수 있는 카테고리가 단기적으론 나타나기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최근 인공지능(AI) 모델 트레이닝 비용이 집행되고,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 사채 발행 등 전략이 과거로 일부 회귀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면서 “AI는 운영에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반면, 카카오톡 내 이용자에게 비용 전가가 가능한 AI 상품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수익화에 대한 기대는 낮다”고 분석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본체 사업은 꾸준한 편이나, 콘텐츠 중심의 자회사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카카오에 기대하던 새로운 성장과 사업 확대가 아직은 가시권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