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의 양보는 패배가 아니며 

전공의‧의대생의 양보는 패배가 아니며 

더 큰 승리와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다 
글‧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기사승인 2024-07-15 16:46:12

이제는 모두 살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비록 정부의 급진적인 의대 증원이 의료비상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증 환자들을 생각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조금 양보하면 좋겠다. 2025년 증원된 의대생이 사회에 나오는 시기는 10~14년(의대 6년 + 수련 4-5년 + 군대 3년) 이후다. 그 때 총 의사 수는 약 15만 명(한의사 제외)에 도달한다. 

따라서 2025년 의대증원 분 1,500명은 그 때 총 의사 수의 약 1%에 해당한다. 정부가 2026년도 의대정원을 하향 조정한다면 국민을 위하여 1,500명은 양보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지난 5개월 동안 너무나 많은 중증 환자들이 피해를 보았다. 수술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1차 수술 후 2차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수술 후 부작용 발생해도 다른 중소 병원을 찾아서 헤매고 있다. 피할 수 있는 죽음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지금 중증 환자들에게는 전쟁터나 의료 최빈국과 다름이 없다. 

지난 5개월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를 생각해 전공의와 의대생은 정부에 3대 요구 사항[1. 진찰료 순증(2031년 – 2036년에 단계적 인상)과 전문의상담료 신설, 2. 필수의료 수가 인상, 3. 필수의료 법적 보호]을 제안하고, 2025년도 1,500명 증원은 양보하고 의정협의체를 구성하여 정부가 올바른 의료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도록 감시하기 바란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양보한다면 국민들 모두 크게 환영하고 큰 빚을 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중증 환자들을 위해 모든 노력과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간호사와 임상병리사가 전공의 업무를 최대한 대체하고, 전임의와 교수들이 몇 배 고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외국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증 환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 인구는 한국 인구의 약 6배인데 미국에서 매년 졸업하는 의대생 수는 3만 명이고, 외국의대 졸업생 1만 명이 추가로 들어와서 1년에 4만 명의 새로운 의사가 배출되어 현재 한국 의대생 3,058명의 약 13배에 이른다. 그래도 의사가 부족해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진료간호사(nurse practitioner, 미국 50개 주에서 처방권 있음)가 1년에 3만 명씩 증가하여 결국 매년 7만 명(한국의 23배)의 의사 또는 진료간호사를 배출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비가 아무리 비싸다해도 한국 의사들이 한번 짚어 볼 사실이다. 미국 진료간호사의 수는 38만5,000명에 달한다. 그 외에도 약 9만 명의 임상간호사전문가(Clinical Nurse Specialist, 19개 주에서 처방권 있음)가 있다. 외국의대 졸업 의사가 미국에서 개원하면 대개 진료간호사와 경쟁하게 된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너무 낮은 진찰료를 높이고, 현재 시행 중인 정신건강의학과의 시간제 정신치료료와 같이 필수의료의 시간제 전문의상담료를 신설한다면 10년 후 의사 1,500명이 더 증가해도 더 좋은 의료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3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안하고 동의를 받아낸다면 의대정원 원점재검토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과 약속이 꼭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전공의가 없는 상급종합병원은 미국과 일본에도 없으며 젊은 의사들의 존재와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공의와 의대생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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