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초과 대출’…3년간 의심 거래만 616건

은행권 ‘초과 대출’…3년간 의심 거래만 616건

올해 공시된 초과 대출 배임 사고 6건
지난 3년간 총 616건…2차 정밀조사 진행 중
직무분리 미흡·자점검사 형식적 운영 문제도

기사승인 2024-07-24 12:05:03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건물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잇따른 ‘초과 대출’ 방식의 업무상 배임 사고로 은행권이 자체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매매계약서와 실거래가 불일치, 임대소득‧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과다 산정 등 초과대출 의심거래 수백 건이 추가 발견됐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서는 허위 매매‧분양계약서를 이용하거나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초과대출을 취급한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올해 들어 공시된 초과 대출 배임 사고만 6건이다. 3월 KB국민은행은 경기 안양시 한 지점에서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담보 가치를 부풀려 총 104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또 자체 조사를 거쳐 2020년 대구와 경기 용인시의 지점에서 각각 111억원, 272억원 규모의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가 공시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3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9억4700만원이 나간 초과 대출 사고를 공시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2건(53억4400만원 규모, 11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내부 감사 결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은행권에 유사사례 발생여부와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절차상 내부통제체계 전반에 대해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토록 요청했다.

초과대출 의심사래 124건…담보 부풀리기

은행권은 4~6월까지 개인사업자·중소기업대출 중 사고 개연성이 높은 1만640건에 대해 자체 표본 점검을 실시했다. 기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뤄진 부동산담보대출이며, 대상은 기업부문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15곳이다. 수출입은행이나 인터넷뱅크처럼 가계대출만 취급하는 은행은 제외됐다.

그 결과 일부 은행에서 담보가액 대비 초과대출(124건) 및 여신취급 관련 내규 위반(492건) 등이 의심되는 거래 616건을 발견됐다. 이 중 매매계약서와 실거래가 불일치, 임대소득‧RTI 과다 산정 등 초과대출 의심거래(124건)에 대해서는 은행의 2차 정밀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다수 은행에서 대출취급과 감정평가 업무의 직무 미분리, 담보가액‧LTV 과다산정에 대한 통제 미흡 등 여러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매매가격 부풀리기(공인중개사 없이 매도인‧매수인 쌍방이 작성한 부동산 매매계약서의 매매금액이 실거래가보다 2배 이상 높게 작성) △분양가격 부풀리기(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서의 분양가격이 실거래가의 약 2배 수준으로 높게 작성) △임대료 부풀리기(임대인과 임차인이 가족 관계로 추정되며,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자문을 통해 임대차계약서상 임대료가 적정 수준 대비 2배 이상 과다 책정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의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 △임대료 과다산정(임대료 유예기간이 있어 사실상 임대소득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계약서상 월세 금액을 그대로 적용하여 임대소득을 과다 산정) △선순위 과소차감(상가 담보물 현장조사에서 확인한 선순위임대차 권리액을 차감하지 않고 대출한도를 높게 산정) 등의 문제가 적발됐다.

원인은 감정평가 검증 등 내부통제 부실 

금감원의 분석에 따르면 상당수 은행에서 영업점의 대출취급자가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어, 대출취급자의 공정하지 않은 가치평가를 차단할 수 있는 직무분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은행은 직무분리제도를 도입하였으나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감정평가액이 실제 매매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에도 검증없이 담보가액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대출한도가 과다하게 산정되는 측면도 확인됐다. 영업점 자점검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자점검사 책임자의 개인 역량에 따라 점검수준의 편차가 커 사후점검의 실효성이 낮은 문제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2차 정밀조사가 진행 중인 초과대출 의심거래에 대해 조사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위법‧부당행위를 신속‧엄중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을 위해 모범규준 개정 T/F(금감원‧은행권 공통)를 운영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은행권이 7월부터 본격 가동중인 ‘부동산 감정평가 점검시스템’의 실효성있는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부동산 감정평가액 점검시스템이 차질없이 가동돼 일선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은행별 운영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실효성이 큰 모범 운영사례를 은행권과 공유하여 부동산 담보대출 사고예방을 위한 은행권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더욱 고도화 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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