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되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이 폐기됐지만 국민의힘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서 예상 밖 이탈표가 나오면서 결속력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당권에 도전할 당시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안’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를 고리 삼아 여당에 특검법 처리 협조를 압박할 기세다.
국회가 25일 진행한 ‘채상병특검법’ 무기명 투표 결과, 특검법은 재석 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반대표가 104명에 그치면서 ‘반대 당론’을 정했던 국민의힘에서 4명의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특검법에 대해 공개 찬성 입장을 밝혔던 안철수 의원 외에도 3명의 이탈표가 추가로 나온 셈이다. 미국 출장 중인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을 제외하고 299명 여야 모든 의원이 출석했다.
‘단일대오’를 자신해왔던 국민의힘으로선 당황스러운 결과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대 표결’을 당론으로 정하며 결속을 당부했다. 한동훈 대표도 참석해 “단호히 뭉쳐서 막아내자”고 호소했지만, 지난 4일 첫 표결 당시보다 반대표가 늘어났다.
원내지도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탈표 중 3표는 ‘표기 실수’라는 설명도 내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러분이 기왕 파악하고 있는 한 분은 확인이 됐고, 나머지 하나는 한자 부자 표시가 오기가 있었다”며 “또 한 분은 명시적으로 착오가 있어서 실수표 표기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가 파악한 단일대오, 특검 부당성에 함께 뜻을 모은 당초 예상과 실체는 부합한다”고 부연했다. 추 원내대표가 언급한 ‘기왕 파악하고 있는 한 분’은 안철수 의원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지난달 특검법에 대한 본회의 표결에서도 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한자 오기는 1표 나온 무효표에 대한 설명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재표결의 경우엔 종이에 손으로 찬반 의사를 적는다. 찬성하면 한글로 ‘가’ 또는 한자로 ‘可’, 반대하면 한글로 ‘부’ 또는 한자로 ‘否’를 써야 한다. 나머지 3명 중 1명은 특검법에 반대하면서도 한자 ‘부’(否)를 ‘아닐 부(不)’로 잘못 적어 무효표가 됐다는 게 원내지도부의 설명이다. 또 ‘재의요구 또는 부결에 찬성한다’는 정반대의 뜻으로 착각해 ‘가’(可)를 적은 경우가 있었다고 원내지도부는 파악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한동훈 대표가 주장한 제3자 추천 방식 ‘채상병 특검법’이다. 한 대표는 26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당직자 월례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자 특검법 추진 기조는 그대로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여당 차원의 특검법 논의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 발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당내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한동훈표’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고 있다. 전날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서 부결돼 자동폐기된 후 재추진 방침을 밝혔다. 한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방식’도 배제하지 않고 여당과의 협상에서 고민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별도 입법이 필요없는 상설특검 도입도 검토 중이다. 조국혁신당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등을 수사 대상에 추가한 ‘윤석열 수사 외압 특검법’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