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보류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안건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기한 내 채택이 불발됐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요청안이 송부된 날로부터 20일인 이날까지 청문보고서를 완료해 정부에 보내야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은 지난 9일 국회에 송부됐다.

국회가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재송부 요청 기한 내에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후보자(장관)를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 김현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결과보고서 심사 후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야당 위원들은 이진숙 후보자는 부적격하다는 의견인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행정실에서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를 적격·부적격 의견으로 준비를 해 주셨는데, 저희는 부적격 의견이고 그래서 청문 결과보고서를 '보류'하는 것으로 의견을 내겠다”라고 했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 24일부터 3일 동안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장관이나 장관급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3일간 치르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인사청문회의 기본 취지를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간의 ‘체력 테스트’에 이어서 이제는 얼마나 공직 후보자에게 험한 험담과 인신공격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연장 같다”며 “청문보고서에 적격 의견과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부적격 사유까지 병기해 임명권자(대통령)에게 제출하는 것이 국회 도리”라고 주장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후보자에게 첫날부터 ‘시작부터 저와 싸우려 하지 말라’며 군기를 잡았다. 뇌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라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남용한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이자 명예훼손이며 집단 인민재판”이라고 질타했다. 

범야권은 △MBC 보도본부장 당시 노동조합 탄압 의혹 △대전 MBC 사장 재임 시기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부각하며 청문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업무용으로만 법인카드를 썼다는 해명은 점점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본인의 일터를 자기 손으로 무너뜨린 사람이다. 시대착오적이고 파괴적인 인사에게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 정책을 맡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이 이 후보자에게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비난과 예상되는 탄압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후보자의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내 판단과 발언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한편 과방위는 다음달 2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를 불러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방통위 파행 운영 등에 관한 현안 질의를 열기로 했다. 사실상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2라운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