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가 하이볼·글래스와인 등 ‘간편화’로 주류 소비자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량은 1만266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864톤)보다 24.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액도 1억1836만달러(약 1650억원)로 전년 동기(1억3336만달러) 대비 11.2% 하락했다. 와인 수입량도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와인 수입량은 2만4461톤으로 전년(3만1309톤) 대비 21.9% 줄었다.
수입 감소에 위스키·고량주 업계는 수요를 잡기 위해 2030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볼’의 즉석음용 음료(RTD)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이볼은 증류주에 탄산수 등을 섞어 만드는 음료다. 특히 식음료 업계 외에 유통기업, 고량주 기업까지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주도권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이 올해 4월 출시한 ‘생레몬 하이볼’은 레몬 조각을 올린 비주얼로 SNS에서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를 빚었다. 중국 4대 명주로 꼽히는 ‘우량예’를 만드는 우량예그룹도 지난달 한국에서 우량예 원액으로 만든 ‘우량하이볼’을 선보였다. 위스키 유통사 골든블루 인터내셔널도 ‘올드캐슬’ 등 풍미를 가진 위스키로 ‘오리지널 하이볼’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와인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싼 와인을 잔으로 판매하는 ‘글래스와인’으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와인 유통사 와인나라를 운영하는 주류종합기업 아영FBC는 서울 내 8개 오프라인 와인매장에서 글래스와인 판매를 늘렸다. 기존에 한번 개봉하면 산화 전 모두 마셔야 하는 와인은 보존기간이 짧았지만, 보존 기간을 늘려주는 질소가스 밀봉 장비 ‘코라빈’을 사용해 와인의 한번 개봉한 와인의 품질을 보존하며 산화 방지 기간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하이볼과 글래스와인의 강점은 비싼 주류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예로 우량하이볼의 경우 100만원을 호가하는 우량예 원액을 사용한 하이볼을 4000원에 출시하는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취재진이 서울 마포구의 한 글래스와인 판매 레스토랑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라 값비싼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적정량으로 마셔볼 수 있어 글래스와인을 찾는다”고 전했다.
아영FBC 관계자는 “코라빈 사용으로 와인 보관 기한이 증가하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판매량이 지난해 1년 판매량보다 2.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잔술 판매 합법화와 프리미엄 와인 수요 증가가 맞물려 고가의 와인을 한 잔씩 그날의 기분에 맞춰 즐기겠다는 소비심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류 업계의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전략은 전체 주류 수입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젊은 세대에서는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기 보다 맛있는 술을 적당히 즐기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주류업계에서도 이에 맞춰 주 고객층인 젊은 세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