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당·나트륨 섭취 권고 ‘훌쩍’ [단짠의 배신①]

나도 모르게 당·나트륨 섭취 권고 ‘훌쩍’ [단짠의 배신①]

2022년 국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 3074㎎
어린이·청소년 총열량 10% 이상 당류 섭취
“목표 세워 줄이는 노력이 습관 되도록 해야”

기사승인 2024-08-05 06:00:08
마라탕 후에 탕후루, 삼겹살 먹고 두바이 초콜릿, 치킨 뒤엔 망고 케이크. 오늘도 ‘단짠의 굴레’에 갇히셨나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의 하루 당 섭취량은 총열량의 10% 이내입니다. 하루에 2000㎉를 섭취하는 경우 일일 당 섭취 권장량은 50g입니다. 하지만 식사 후에 마신 연유라테 한 잔에 들어간 당이 무려 54g. 이러니 권장량을 지키기 쉽지 않죠. 후회 속에 철저한 식이요법을 다짐하지만, SNS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당과 나트륨 섭취가 늘어 고민하는 건 개인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정부들도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당과 나트륨이 어느 정도인지,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 당국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하는지 살펴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보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전인환(30·가명)씨는 단 음료를 좋아한다. 카페를 찾을 때면 쓴 아메리카노보다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달달한 커피, 과일 에이드를 즐겨 마신다. 퇴근 후 반주도 즐긴다. 술자리가 끝나면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속을 달랜다. 전씨는 “요즘 들어 배가 나오고 있는 것을 느끼지만 달콤한 음료나 디저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단맛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긴장을 이완한다. 짠맛은 식욕을 돋운다. 어린 아이, 성인 가릴 것 없이 본능에 가까운 공통적인 현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일일 당류·나트륨 섭취량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식습관으로 굳어진 달고 짠 음식 섭취를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22일 전씨는 우유 한 컵에 시리얼, 사과 반쪽을 두고 아침 식사를 했다. 점심으로는 직장 동료들과 자주 가는 중식당에서 계란 볶음밥과 사천 탕수육, 짬뽕 국물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간 카페에선 콜드브루 오트라떼(473㎖)를 마셨다. 저녁엔 친구와 찜닭을 안주 삼아 소주 1병을 마셨다. 밥도 1공기 주문했다. 친구와 헤어진 후 귀갓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손을 쥐었다.

이날 전씨가 섭취한 총칼로리는 3014㎉다. 당류와 나트륨의 총합은 각각 103.9g, 4131.5㎎으로 계산됐다. WHO가 권하는 성인의 하루 첨가당 섭취량은 총열량의 10% 이내다. 하루에 2000㎉를 먹는 경우 일일 당류 섭취 권장량은 50g으로, 전씨가 섭취한 당은 WHO 권고 수준의 2배를 넘어섰다. 첨가당으론 설탕, 액상과당, 물엿, 당밀, 꿀, 시럽 등을 들 수 있다. 전씨는 나트륨도 적정 섭취량의 2배를 먹었다. WHO의 일일 나트륨 섭취 권고 기준은 2000㎎ 이하(소금 5g 이하)다.

전씨는 아침·점심 식사와 커피까지 해서 이미 WHO 당·나트륨 권장량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이날 점심까지 1518㎉, 당 55.9g, 나트륨 2191.5㎎을 섭취했다. 밤에 먹은 아이스크림에만 20g의 당이 들어있다. 전씨는 “아이스크림에 이렇게 많은 당이 들어있을 줄 몰랐다”며 “칼로리와 당, 나트륨을 일일이 따지면서 먹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전인환씨와 김승환군이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 나트륨, 당 수치와 세계보건기구 일일 권장 섭취량.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74㎎으로 WHO 권고 기준에 비해 1.5배 높은 수준이다. 남성의 경우 평균 3576㎎, 여성은 2573㎎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류 섭취량은 최근 5년(2018년~2022년)간 비슷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당류 하루 평균 섭취량은 36.4g(1일 총열량의 7.4%), 2022년은 34.6g이다. 이는 WHO 권고보단 낮지만,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권고 기준을 넘어 1일 총열량의 10% 이상 당류를 섭취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빵, 과일음료, 탄산음료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6일 기자와 동행한 김승환(14·가명)군은 평소 젤리를 즐긴다고 했다. 김군은 이날 젤리를 비롯해 샌드위치, 핫도그, 과자 등 간식으로만 1621㎉, 당 151.3g, 나트륨 1297.48㎎을 섭취했다. 아침 등굣길과 오후 학원 가는 길에 먹은 과일맛 젤리에는 당 34g이 함유돼 있다. 하굣길에 마신 콜라에는 당 27g이 들어 있다. 저녁엔 부대찌개 등을 이어 먹으며 총 3201.5㎉, 당 171.1g, 나트륨 5393.48㎎을 하루 만에 쌓았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 당류·나트륨에 무방비로 노출돼선 안 된다고 짚었다.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이나 시럽을 줄이고, 탄산음료보단 물 또는 탄산수를 마시는 노력 등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류·나트륨 섭취를 한꺼번에 줄일 수 없다면 어떤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지 가려 하나하나 줄여나가는 게 좋다”며 “하나가 해결되면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노력이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린이·청소년의 당류·나트륨 섭취를 개선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크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식습관은 부모의 모습을 보며 따라간다”면서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 아이들이 패스트푸드 등 당류·나트륨 고함량 음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조절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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