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애가 열이 갑자기…’ 이젠 용인 돼야죠” [저출생, 기업의 시간②]

“‘부장님, 애가 열이 갑자기…’ 이젠 용인 돼야죠” [저출생, 기업의 시간②]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
韓 유독 저출생 심각한 이유…도시 집중·남성 가사 참여 부족 영향
근무형태 유연화 필요…육아휴직 사용 OECD 꼴찌
“페널티보다 인센티브로 기업 유도를”

기사승인 2024-08-21 06:00:04
편집자주 
한국 ‘소멸론’까지 불러온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위기 극복에 선발주자로 나선 정부의 노력이 한계를 보이면서 이제는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나서야 하는 이유와 역할을 중심으로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이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0.6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합계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가 된 지 오래다. 국제연합(UN)은 이대로라면 한국 인구가 2100년까지 70%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는 과연 국가만의 문제일까. 기업 입장에서는 젊은 기술인재 확보가 어려워지며 혁신역량이 낮아질 수 있다. 기업도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최근 쿠키뉴스와 만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기업도 문제 해결에 동참하지 못하면 저출산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저출생 문제, 왜 해결이 이렇게 어려울까

저출생은 사실 전 세계적 문제다. 보통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낮아진다.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왜 한국만 유독 낮을까. 먼저 동아시아 국가들의 특징이 있다. 세계은행(WB)이 출산율을 1위부터 200위까지 줄 세웠을 때 가장 하위권에 들어있는 나라들이 일본, 싱가포르, 한국, 홍콩 등이다. 유교적 문화 영향이 있는 것인데, 프랑스 등 서양 국가들은 혼외 출산율이 40%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아직 혼외 출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의 여성 경제 활동은 빠르게 느는데, 가정에서 남녀 역할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점도 장애물이다. 남성의 육아 및 가사 참여가 아직도 부족하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기혼남성은 가정관리에 48분, 가족·가구원 돌보기에 16분을 소비한다. 기혼 여성은 가정관리에 3시간1분, 가족·가구원 돌보기에 44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유독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돼 있다는 점도 출산율을 낮게 만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시 인구 집중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만 낮춰도 합계출산율이 0.78명에서 1.1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결국 결혼하고 집도 얻고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한데 수도권 집중이 집값을 올리는 등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산율 반등과 여성경제활동 참가 확대를 동시 달성한 국가와 한국이 뭐가 다른가

북유럽 국가들은 출산·보육 서비스가 시장에서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유연하게 공급된다. 보육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근로에 따른 소득이 보육서비스에 대부분 쓰이게 되면 여성이 직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작스럽게 보육 공백이 발생하는 등 돌발 상황 발생시, 직장에서 이를 용인하는 문화가 이미 형성이 됐다면 이 또한 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두 번째는 유연한 노동시장이다. 여성들이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이 되더라도 본인이 출산 전과 비슷한 조건의 일자리에 다시 갈 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경직된 노동시장 하에서는 여성이 몇 년 공백이 생기게 되면, 결혼·출산 전에 일했던 직장보다 현저히 조건이 안좋은 직장 혹은 자기 전공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국의 경우, 첫 아이 출산 후 남편의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지만 여성의 소득은 약 21~68%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원 활용 측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저출산은 기업에 어떤 문제를 초래하나

일단 젊은 노동 인력이 줄어든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청년과 중·고령 인력은 서로 다른 측면에서 업무상 장점이 있다. 청년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유동적 지능’(fluid intelligence)이 뛰어나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지식의 축적인 ‘결정적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 발달한다.

경제 산업 패러다임이 R&D,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 바뀌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젊은 기술인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공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젊고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큰 지장이 생긴다.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일·출산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이 필수다. 근무형태 유연화 및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재택근무 활성화 위한 시스템 구축, 유연 근로제 활용도 제고, 육아휴직 활용도 제고,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직장문화 개선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플 때 갑작스러운 육아 요구가 용인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자녀 연령대 별로 부모가 필요로 하는 도움이 제각각이다. 영아 보육은 부모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어린이집, 조부모, 개인 등 다양한 형태의 보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육아휴직 사용도 더 활발해져야 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출생아 100명 당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정보가 공개된 OECD 19개국 중 최하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심각하다. 아직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활용도는 대기업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대기업의 경우, 협력사 및 지역 중소기업도 함께 이용가능한 상생형 어린이집을 마련하는 등 돌봄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가가 기업 참여를 어떻게 독려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에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유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제대로 나서지 않는 기업들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회피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먼저 다출산직장의 객관적 평가를 위해 우선적으로 ‘인구영향평가지표(가칭)’ 개발이 필요하다. 이후 결혼·출산·양육 관련 성과가 입증된 기업에는 금리 인하, 정책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前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강대 경제학 학사, 박사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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