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평생 건강 좌우”…영양정책 필요한 이유 [단짠의 배신⑥]

“식습관, 평생 건강 좌우”…영양정책 필요한 이유 [단짠의 배신⑥]

박선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 인터뷰
식약처, 2011년부터 저감정책 실행…업계·소비자·국민 협력
“영양성분 정보 확인하고 적절하게 섭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기사승인 2024-08-10 06:06:04
마라탕 후에 탕후루, 삼겹살 먹고 두바이 초콜릿, 치킨 뒤엔 망고 케이크. 오늘도 ‘단짠의 굴레’에 갇히셨나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의 하루 당 섭취량은 총열량의 10% 이내입니다. 하루에 2000㎉를 섭취하는 경우 일일 당 섭취 권장량은 50g입니다. 하지만 식사 후에 마신 연유라테 한 잔에 들어간 당이 무려 54g. 이러니 권장량을 지키기 쉽지 않죠. 후회 속에 철저한 식이요법을 다짐하지만, SNS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당과 나트륨 섭취가 늘어 고민하는 건 개인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정부들도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당과 나트륨이 어느 정도인지,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 당국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하는지 살펴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박선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2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의 식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교육과 홍보, 지원 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한번 들인 버릇은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다. 식습관이 그렇다. 어린 시절,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다면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문제는 달고 짠 음식으로 인해 체내 당과 나트륨이 쌓여가면서 고혈압, 비만,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권고량(2000mg)의 2.4배(4800mg)에 달했다. 당류 섭취량도 2015년 76.9g으로 WHO 기준(50g 이하)을 상회했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주로 잦은 외식이나 국물 음식을 찾는 생활에서 비롯됐다. 당류는 가공식품의 영향이 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나트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11년 나트륨 저감 정책을 전개하고, 이어 2016년부터는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했다. 오는 2025년까지 나트륨의 하루 섭취량을 3000mg 이하로 줄이고,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는 하루 열량의 10% 이내(50g)로 관리하는 것이 저감 정책의 목표다.

정책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74mg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여전히 WHO 권고 기준보다는 1.5배가량 높다. 당류 섭취량도 34.6g으로 뚝 떨어졌다.  

박선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지난 2일 쿠키뉴스와 마주한 자리에서 “어린이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투자가 다음 세대 의료비 지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는 이 점을 고려해 영양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식습관, 올바른 식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갖고 교육과 홍보, 지원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트륨·당류 저감화 종합계획의 아젠다는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의 당류·나트륨 줄이기 △일상 속 당류·나트륨 줄이기 실천 유도△당류·나트륨을 포함한 영양성분 표시 확대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매년 식생활 소비 트렌드와 국민 영양 섭취량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제도나 사업들이 추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편의점,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당류와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 ‘저감 표시’ 제도를 만들었다. 당류, 나트륨 함량을 식약처가 제시한 평균값이나 유사제품에 비해 일정 기준 이상 낮춘 경우 식품 포장에 ‘덜’, ‘감소’, ‘라이트’, ‘줄인’ 등의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중소업체가 당류와 나트륨 함량을 줄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등도 실시해 왔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는 매출 증대의 동력을 얻고, 소비자들은 저감 제품을 알아보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박 과장은 “우리 국민의 당류·나트륨 섭취량이 감소한 데에는 소비자가 달거나 짠 식품 자체를 덜 섭취한 배경도 있지만, 유통되는 제품의 해당 함량을 줄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안다”고 짚었다.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 실천을 위해 민간협력체인 ‘저염·저당 실천본부’와 함께 저감 정책 홍보, 건강 식생활 실천 캠페인, 기고, 강연 등을 전개하며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저염·저당 실천본부는 민간 주도로 2019년 11월 출범했으며, 올해로 제3기를 맞았다. 의료계와 학계, 산업계, 언론, 소비자 등 총 60명이 운영하고 있다. 이번 3기에선 인플루언서의 참여 비중이 늘었다. 

박 과장은 “최근 소비 트렌드는 ‘먹는 방송’(먹방)에 달려 있다. 요즘 먹방 콘텐츠는 다양한 식품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내용으로 다변화하고 있는데, 핵심은 ‘재미’다”라며 “우리도 건강한 식단을 토대로 질 높은 먹방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콘텐츠를 흥미롭게 만들고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해 관심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어린이의 먹방에 대한 미디어 역량 강화를 위해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와 손을 잡고 학교에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앞으로 건강한 영양 관리를 위해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우수판매업소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시설을 갖추고,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곳을 말한다. 

박 과장은 “어린이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과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위해 중요한 기반이 되는 제도임에도 아직 업체들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개선사항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는 주요 식품 소비 장소인 편의점을 중심으로 ‘건강 먹거리 코너’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 먹거리 코너는 당류·나트륨을 줄인 식품이나 영양을 고루 갖췄다고 식약처가 인증한 품질인증식품을 별도 진열해 놓고 있다. 

아울러 식약처는 어린이, 청장년층, 고령층 등 생애주기별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교육과 홍보를 진행한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품안전·영양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지원해 학교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청년‧중장년층 대상으로는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연령별 특성에 맞춘 당류·나트륨 줄이기 실천 방법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고령층에겐 올해 시작한 ‘어르신 건강 밥상’ 사업을 통해 식습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식생활 개선을 위해 3월3일을 ‘삼삼데이’로 지정한 시범사업도 병행한다. 삼삼데이는 ‘나트륨을 줄인 삼삼하고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날’을 뜻한다. 시범사업에는 집단급식소 258개소와 어린이급식소 약 3만5500개소, 사회복지급식소 약 1800개소가 참여한다. 내년에는 나트륨을 줄이는 식생활 실천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박 과장은 “국민의 약 80%는 ‘당류와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천 비율이 50%에 그친다”며 “음식을 선택할 땐 영양 성분 정보를 확인하고 건강을 위해 적절하게 섭취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식약처는 전 국민의 식생활 건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며 “산업계, 학계, 의료계, 소비자단체, 국민들과 힘을 모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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