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경제단체에서는 일제히 유감을 표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5일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의결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개정안은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크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와 투자 위축 등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상당히 약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느끼고 큰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조법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노사관계, 일자리, 기업간 협력관계, 외국인 투자환경 등 경제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이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경총은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 거부권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은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 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무협)도 목소리를 보탰다. 무협은 “앞으로 산업 현장에서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하면 비단 무역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위축, 일자리 축소 등 거시경제 곳곳에서 비가역적 손상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무역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11월에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야권에서는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폭탄’을 막고 노동자를 보호할 법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여권과 재계 등에서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현장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