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방통위, 난감한 미디어·통신 업계…“숙제 쌓였는데”

‘개점휴업’ 방통위, 난감한 미디어·통신 업계…“숙제 쌓였는데”

- 직무대행 1인 체제 방통위, 길게는 6개월 현안 의결 불가능
- 미디어·통신 현안 쌓여있는데…업계서는 “방통위 파행에 방향 잃어” 성토도
- 방송과 통신 다시 분리?…“방통위 현재 구조 적절한지 살펴봐야”

기사승인 2024-08-08 06:00:13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이 5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진숙 위원장 탄핵에 대한 직무대행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사안이 ‘블랙홀’로 작용하는 가운데, 각종 현안은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일부 업계에서는 성토도 나온다. 

8일 방통위는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위원장을 포함 5인 체제의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개점휴업 상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헌법재판소(헌재)로 넘어갔다. 헌재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하게 되면 180일 이내에 결정하게 된다. 최장 6개월간 방통위 1인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 이 위원장 탄핵 이유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이 꼽혔기에 1인 체제에서는 어떠한 현안 의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담당하는 업계의 각종 현안 및 규제도 멈춰있게 됐다. 구글·애플 인앱 결제 과징금 부과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등 통신비 관련 정비, OTT 및 유료방송 시장 정비 등이 대표적이다. 

통신3사 로고.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방통위의 업무가 가계통신비 등 민생과도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앞서 통신비 인하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방통위원장이 통신3사 대표와 제조사 대표 등을 만나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번호이동 시 지원하는 전환지원금 또한 방통위의 고시를 통해 지급이 결정됐다.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 논의 등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이기도 하다. 

규제·감독기구인 방통위가 개점휴업 된 상황이 통신사 입장에서 편하지만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이다. 통신3사는 방통위의 시장안정화 정책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부분이 소명되지 않으면 통신3사는 상당한 과징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또한 방통위는 이용자보호 업무 평가와 결합상품 서비스 관련 허위·과장·기만 광고 등의 조사·처분도 진행한다. 이같은 처분이 예측불가하게 뒤로 밀린다는 점도 통신사에게는 부담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향후 방통위 사무처의 업무가 밀리게 되면 1~2년 전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조사 및 과징금 처분을 진행할 수도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과징금을 어느 정도 예상을 해서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데 가늠이 잘 안 잡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송학회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합리적 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 마련’ 기획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 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특히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업계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디어 환경이 IPTV, OTT, 유튜브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낡은 규제에 발목 잡혀 있다. 지상파 등에 제공하는 콘텐츠 대가 수준을 적정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에 대한 법령, 시행령, 규칙 등 전반적인 업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지만 방통위의 협의·합의를 받아야 하는 내용이 많다”며 “콘텐츠대가산정 등 유료방송사의 최대 현안 등이 방통위 파행으로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업계가 방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구조를 일부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안과 관련해 잡음이 매번 일기 때문이다.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오히려 정치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공영방송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에 집중하다 보니 통신 등 다른 분야는 소홀히 다뤄지는 상황”이라며 “방송 관련 문제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된 상황에서 현재 구조로 가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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