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시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을 공급한다. 물량 대부분은 신혼부부 주택으로 짓겠다고 밝혔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약 42만호 주택공급 방안의 후속 절차로 주택 공급에 그린벨트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오전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정부 주택공급 확대 발표에 대한 시 차원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그동안 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극도로 자제해왔다. 집값 상승과 주택 공급 부족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오 시장은 “저출생 인구 소멸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며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시는 관리되지 못해 훼손되는 등 보존가치가 낮은 구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계획이다. 해제 지역에는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 등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으로 대부분 마련될 방침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조치도 병행한다. 시는 지난 7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서울 그린벨트를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했다. 서울 전체 그린벨트는 149.09㎢다. 이미 지정된 강남·서초구 일대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송파구 일대까지 더하면 서울의 그린벨트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구체적인 사업 규모나 구체적인 주택공급 대상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울러 시는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속도 제고 방침에 발맞춰 법·제도가 개정되기 전이라도 시 차원에서 가능한 부분은 조속히 시행하기로 했다. 정비사업 조합 총회가 전자의결 방식인 온라인 총회·투표로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정비사업 통합심의 대상도 소방·재해영향평가 분야까지 확대한다.
공사비 갈등뿐만 아니라, 사업 단계별 갈등관리를 확대·강화하기로 했다. 시는 조합설립 이후 벌어지는 각종 갈등의 원인과 내용을 분석·유형화한다. 조기에 관계 전문가를 투입해 조합집행부 공석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차단한다.
서울의 비(非)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임대를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맞춰 SH를 통한 신축매입도 확대한다. 올해 서울시 기존주택 매입 계획 물량은 총 3951가구이며, 이 중 신축매입은 712가구다.
한편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은 지난 2012년 이명박(MB) 정부 때 이후로 처음이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을 포함해 향후 6년간 서울·수도권에 21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