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3000억원을 횡령한 BNK경남은행 전직 간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등 혐의를 받는 BNK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모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159억여원도 명령했다. 또한 이씨의 횡령 행위를 도운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모씨에게는 징역 10년,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출금전표, 계좌거래 신청서, 대출실행 요청서 등을 위조하고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이용했다. 부하 직원까지 동원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천문학적 금액을 횡령했을 뿐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 등 악영향을 끼친 점을 고려할 때 장기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경남은행이 횡령으로 입은 실질적인 손해, 592억원과 신뢰도 하락 등 피해는 충분히 복구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한 이씨는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위조·행사해 관련 자금 2286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이보다 앞선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803억원의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의 횡령액은 총 3089억원으로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다.
이씨는 이렇게 횡령한 3089억원 중 앞서 횡령한 PF 대출자금 원리금을 갚는 등 돌려막기를 하는데 2711억원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횡령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은 금괴로 바꾸거나 상품권깡 등의 방식으로 현금화했다. 130억원 상당의 금괴, 현금, 상품권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빌린 오피스텔 3곳에 나눠 숨겼다고 한다. 횡령한 돈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빌라에 거주하며 생활비만 수백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도와 자금 세탁을 하는 등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의 가족들은 실형을 선고받고 이미 복역 중이다. 앞서 법원은 이씨 아내와 친형 등에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