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만 700명’ KB요양원 대박에도 생보사들 진출 ‘머뭇’

‘대기자만 700명’ KB요양원 대박에도 생보사들 진출 ‘머뭇’

기사승인 2024-08-14 11:00:04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생명보험사 KB라이프가 개소한 노인요양시설인 서초빌리지와 위례빌리지 대기 순번이 1인실과 2인실을 합해 한 곳당 700번을 돌파했다. 서울 등 핵심 입지에 들어선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지만 규제 등 여러 문제로 공급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4일 쿠키뉴스 확인 결과 전날 오후 2시 기준 서초빌리지(정원 80명) 대기번호는 △1인실 350번대 △2인실 470번대, 위례빌리지(정원 125명) 대기번호는 △1인실 280번대 △2인실 440번대였다.

비결은 위치다. 두 노인요양시설은 모두 서울에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날 “도심지에 진출한 업체가 많지 않았는데 접근성이 좋으니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워낙 위치가 좋다”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은 많지 않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을 보면 전국 4525개 노인요양시설 가운데 5%인 232개가 서울에 있다. 36%인 1629개는 경기도에, 9%인 412개는 인천에 있다.

노인요양시설은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있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주거하는 정원 10인 이상의 시설을 말한다.

생보업계 ”규제 완화 등 수익성 더 살펴봐야”

삼성생명 등 여러 다른 생명보험사도 노인요양시설 건립 등 요양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평생을 보장하는 생명보험과 실버산업 사이 사업 확장성이 있다고 보고 진출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보업계는 노인요양시설 건립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한 생보회사 관계자는 “수익성 모델이 명확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투자금 대비 수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요양시설을 서울에 짓는 데 드는 가장 큰 투자금은 토지와 건물 확보금이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반드시 토지나 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에 위치한 정원 100명 이상의 한 중형 요양원 부지는 5000여제곱미터다. 이보다 조금 작은 4800여제곱미터 임야가 지난 1월 약 4억 원에 팔렸다. 위례빌리지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선 지난 2021년 7월 425제곱미터 자연녹지가 3억5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돈으로 10분의 1 면적도 사지 못하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토지와 건물을 임차하더라도 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될지 주시하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아직 규제가 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용을 더 내고 시설을 이용하는 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에 쏠린 요양시설, 정원 남기도

수요가 많은 서울에 시설을 좀 더 공급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김세진 부연구위원 등은 지난 2021년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지역별 수요 대비> 연구에서 “부동산 가격 탓에 시설이 서울 등 도심에 과소공급됐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시설 정원이 얼마나 찼는지를 계산해 수요-공급 불균형을 확인했다. 쿠키뉴스가 같은 방법으로 올해 통계를 계산한 결과, 서울에 위치한 232개 시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평균 정원 90%를 채웠다. 반면 경기도에 위치한 1629개 시설은 평균 정원 79%를 채우는 데 그쳤다. 시설이 경기에 과대공급된 결과다.

장기적으로 수요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연구원이 낸 ‘장기요양 단기·장기(2023~2070년) 추계’를 보면,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입소해 시설급여를 받는 이용자는 2023년 21만명에서 2030년 34만7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설립될 시설도 외곽에 집중된다면 수요공급 불일치가 지속될 수 있다.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생긴 노인요양시설은 총 20개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9개가 경기도에 문을 열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2곳이 문을 열었다. 경기 9곳의 정원 65%가 채워질 동안 서울 2곳의 정원은 81%까지 채워진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 8일 보험업계에 재가요양서비스 진출을 허락했지만, 노인요양시설 건립에 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복지부 사이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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