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의 직장’ 은행원도 “안 낳아요”…자녀수 10년 새 71%↓

[단독] ‘신의 직장’ 은행원도 “안 낳아요”…자녀수 10년 새 71%↓

시중은행 3곳 출산 자녀 수 66%↓
올해 100명대 내려 앉을 수도
직원 고령화·신규 채용 감소 원인 지목
“저출생, 경제적 관점으로만 봐선 안돼…노동 시간 줄여야”

기사승인 2024-08-15 06:26:04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주요 시중은행 직원들의 출산 자녀 숫자가 가파르게 줄고 있다. 10년 새 반토막이 넘게 줄었다.

1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3곳의 출산 자녀 수 합계는 2014년 2171명에서 2023년 722명으로 66.74% 감소했다.

A 은행의 경우, 출산 자녀 수가 10년 전에 비해 71% 줄어들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A 은행은 2014년까지만 해도 한 해 출산 자녀 수가 728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715명, 2016년 626명으로 줄더니 2017년 400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줄곧 감소, 지난해 211명을 기록했다. 올해 6월까지는 출산 자녀 수 74명으로 3개 시중은행 중 가장 숫자가 적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 100명대까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B 은행은 2014년 750명에서 2023년 280명으로 62.7% 감소했다. B 은행은 2015년 853명, 2016년 864명 등 2년 동안 ‘반짝’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7년 735명으로 떨어진 뒤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집계된 숫자는 125명이었다. C 은행은 2014년 693명에서 2023년 281명으로 59.5%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115명으로 나타났다.

은행 직원들의 출산 자녀 수 감소 속도는 국가 전체 합계출산율과 비교해도 빠른 편이다. 한국 2014년 합계출산율은 1.21명,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10년 동안 40.5%가 감소했다.

은행권 직원 고령화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평균연령 증가로 실제 출산 가능 직원숫자가 줄어든 셈이다.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30세 미만 임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9.99%에서 2023년 9.78%으로 감소했다. 반면 50세 이상 임직원 비중은 22.32%에서 24.5%로 증가했다.

갈수록 쪼그라든 신규 채용 직원 숫자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5대 은행이 채용한 신입 행원 수는 2018년 3121명에서 2019년 2301명으로 줄었고, 2020년 이후 3년간 100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은 “은행 영업점이 사라지고 직무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다 보니 은행권 신규 채용 규모가 과거보다 줄었다”면서 “결국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출산 적령기 직원 수 자체가 적어진 영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직원 출산·육아를 독려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출산 장려금을 기존 자녀별 첫째 8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후 300만원 지급에서 각각 1000만원·1500만원·2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또한 퇴사 후 2~3년간 아이를 돌본 뒤 다시 입사하는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올해 우리은행도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본인 또는 배우자 난임 치료 시 기존 500만원의 2배 수준인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노동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직원들은 영업점 특성상, 준비시간 때문에 8시 전후 출근이 강제돼왔다. 영업시간을 조정해 은행 노동자들에게 아침에 자녀 아침밥이라도 챙겨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급여 등 경제 여건이 좋은 금융권에서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출산율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주4일제를 비롯해 육아휴직 3년제 확대 방안 등을 빠르게 추진해 양육시간 부담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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