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현지화 그룹…어디까지가 ‘K팝’일까

쏟아지는 현지화 그룹…어디까지가 ‘K팝’일까

기사승인 2024-08-15 06:00:09
SM엔터테인먼트가 선뵌 영국 현지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의 모습. 문앤백 미디어

#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앤백과 손잡고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를 데뷔시켰다. 전원 영국인으로 구성한 이 그룹은 데뷔 전 한국을 찾아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100일간 트레이닝을 거쳤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디어 앨리스는 K팝 제작 시스템을 거쳐 육성한 영국 아이돌”이라며 “영국 현지 및 전 세계 활동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요계에서 K팝의 세계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이 해외 현지 그룹을 데뷔시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멤버 중 한국인이 없으면 K팝으로 볼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K팝의 범위가 점진적으로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K팝 현지화에 앞장선 건 JYP엔터테인먼트다. 앞서 일본과 중국에서 현지인으로만 구성한 그룹 니쥬와 보이스토리를 데뷔시켰다. 이들은 멤버 중 한국인이 없다. 하지만 JYP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하며 현지 그룹과 다른 K팝 아이돌 분위기를 내서 인기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현지화 그룹을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올 초에는 한미 합작 그룹 비춰(VCHA)가 데뷔했으며, 최근 라틴 아메리카 현지 법인을 출범시키고 멤버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지난해 11월 게팬 레코드와 합작한 미국 현지 그룹 캣츠아이를 데뷔시켰다. 유명 현지 프로듀서가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포인트 안무를 비롯한 퍼포먼스 연출은 방탄소년단(BTS)의 안무를 만든 손성득 이그제큐티브 디렉터가 도맡았다.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현지 아이돌로 선뵌 그룹 비춰(VCHA).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데뷔시킨 현지 아이돌 캣츠하이. 하이브

전 세계로 K팝이 뻗어나감에 따라 이를 규정하는 기준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현지화 그룹이 많아진 만큼 멤버들의 국적만으로 K팝을 구분 짓긴 어렵다. 가사를 이루는 언어 역시 뾰족한 기준은 아니다. 세계 무대를 겨냥하며 가사에 영어 비중이 대폭 확대돼서다. 영어로만 이뤄진 곡을 발매하는 국내 그룹도 여럿이다. 멤버 중 한국인 비중이 높고 가사가 한국어 위주라 해도 노래를 만든 작곡팀이 외국 국적인 경우도 많다. 단순한 기준으로 K팝을 판가름할 수 없는 이유다.

K팝을 나누는 가장 쉬운 기준은 자본과 주체다. 국내 기획사가 제작을 주도하고 자본을 투입할 경우 K팝으로 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과 SM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그룹 디어 앨리스를 예로 들며 “영국 자본을 투입하고 영국에서 방영된 ‘리틀 드러머 걸’은 한국인이 연출해도 영국 드라마로 분류하지만, 멤버 전원이 외국인인 디어 앨리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자본과 시스템으로 만든 만큼 K팝 그룹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을 주 무대로 삼은 넥스지와 NCT 위시도 비슷한 사례다. 이들 그룹은 일본 국적 멤버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한국어와 일본어를 모두 구사하고 양국 음악방송에 모두 출연하는 K팝 그룹이다. 기획과 제작은 각각 JYP·SM엔터테인먼트가 주도했다.

한일 양국에서 활동하는 그룹 넥스지. JYP엔터테인먼트
한일 양국에서 활동하는 그룹 NCT 위시. SM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익명을 요구한 가요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K팝은 멤버 국적이나 가사의 언어로 규정되기보단 우리나라 기획사가 만든, 일명 ‘K팝 문법’에 충실한 그룹의 노래 같다”라고 했다.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 각이 딱딱 맞는 ‘칼군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 등과 K뷰티가 어우러진 스타일링이 더해진 결과가 K팝이라는 의견이다.

K팝이 전 세계로 뻗어감에 따라 음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견해도 있다.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문화를 통칭하는 쪽으로 범위가 확장됐다는 설명이다. 클래식과 EDM,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를 K팝으로 분류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K팝은 장르와 지역을 불문하고 무한대로 뻗어나가고 있다”면서 “이제는 종합적인 의미를 포괄하는 일종의 문화현상”이라고 짚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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