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일본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만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중앙기상서는 16일 오전 7시35분 대만 동부 화롄현 정부 청사에서 동남쪽으로 34.2㎞ 떨어진 동부 해역의 해저 9.7㎞ 지점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규모 4.0 이상의 여진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중앙기상서는 “향후 3일 내로 규모 5.5 이상의 여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만에는 전날인 15일 오후에도 북동부 이란현 인근 해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비롯해 반도체 관련 다양한 업체가 포진해 있다. TSMC는 이번 지진에도 공장을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전날 규모 5.4 지진 당시에도 “이번 지진이 직원 대비 기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4월3일 오전 발생한 규모 7.2의 대지진 당시에는 TSMC의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 직원을 대피시켰다. TSMC는 같은 달 5일 밤 “반도체 생산 공장의 설비가 대부분 복구됐다”면서 “지진 피해가 큰 지역의 일부 라인은 자동화 생산 재개를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지진 상황도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을 난카이 대지진의 전조라고 판단, 경보를 발령했다. 이후 일주일만인 15일 ‘난카이 대지진’ 경보를 해제했다.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부터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해곡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뜻한다. 100년~150년 간격으로 발생해왔다. 경보는 해제됐으나 주의는 지속 당부 되고 있다.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국내 반도체 공급망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난카이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오사카와 효고현, 미에현 등에는 전자 및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집중돼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2일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반도체 생산의 필수 재료인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 생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는 대만·일본 지진으로 인한 반도체 업계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만과 일본 모두 지진이 워낙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에 반도체 공장을 설계할 때 이미 어느 정도 대비를 모두 해둔다. 강도 7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다”면서 “정말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비는 필요하다. 김 전문연구원은 “향후 지진으로 인해 대만 TSMC 공장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고객사들은 대신 우리나라 기업을 찾게 될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TSMC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기술력으로 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난카이 대지진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제조 공급망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국내 기업을 육성하거나 일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해 최소한의 소재·부품·장비를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