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내 증시 대폭락 사태 이후 금융주들의 산승세가 가파르다. 특히 증권주의 수익률이 은행과 보험을 넘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하반기 밸류업 지수 발표 등에 따라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점쳐진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RX 증권 지수는 794.10에 장을 마감했다. KRX 은행과 보험 지수는 각각 917.77, 2143.68로 확인됐다. 이들 지수는 각각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금융권 종목들로 구성됐다. 해당 종목의 시장 흐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수 가운데 하나다.
이들 지수는 지난달 5일 촉발된 역사적 코스피 폭락 사태인 ‘블랙 먼데이’ 이후 가파른 반등세를 시현했다.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낸 것은 KRX 증권 지수로 지난 5일 684.85에서 전날 기준 15.95% 올랐다. KRX 은행과 보험 지수도 각각 803.64, 1877.65에서 14.20%, 14.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0.89%)을 모두 웃돈 수준이다. 코스피는 이달 초 기록한 2770선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증권주 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일 6660원까지 떨어진 이후 전날 종가 기준 8220원으로 23.42% 급등했다. 삼성증권은 4만7500원으로 17.86% 치솟았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9%), 한국금융지주(15%), 키움증권(15.86%) 등도 크게 올랐다.
이같은 주가 상승세는 호실적이 배경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별 공시를 분석한 결과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투·NH·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키움·대신)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잠정치는 총 3조6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175억원) 대비 22% 급증한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 집계치인 3조4013억원도 상회했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하 기대감도 주효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도 “대다수 위원은 지표가 지속해서 예상대로 나온다면 다음 회의(9월)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완화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해당 움직임에 선행하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유동성 확대에 증시 거래대금과 투자자예탁금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이자비용 하락으로 신규 투자 제약이 완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를 거듭한다면 시장금리는 더욱 크게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증권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는 증권주들의 상승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방안들이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증권업종은 밸류업 혜택에 직접적인 금융권에 포진한 만큼, 이에 대한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연내에 이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 및 밸류업 지수 선물 상장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밸류업 지수는 수익성과 시장평가가 양호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우수 기업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방안 일환 중 하나임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투자 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증권주에 유리한 이벤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