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전 위협’ 야생 너구리, 서울에 살다…현명한 공존 위해선

‘시민 안전 위협’ 야생 너구리, 서울에 살다…현명한 공존 위해선

서울연구원 ‘서울 도심지 출몰 야생 너구리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보고서

기사승인 2024-08-25 06:00:05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발견된 너구리들. 연합뉴스 

“집으로 가던 길에 너구리가 튀어나와서 달려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무서워서 산책도 못 나가는 중이에요. 주변 시민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병원 신세를 질 뻔했어요.” (서울 거주 A씨)


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야생 너구리가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물림 사고나 개선충 감염 등 인간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심에서 사람이 너구리와 안전하게 공생하기 위해선 서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서울연구원의 ‘서울 도심지 출몰 야생 너구리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도심지 너구리 출몰 건수는 늘고 있다.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 민원, SNS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너구리는 25개 자치구 중 16개 자치구에 나타났다. 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너구리 구조 건수는 2018년 49건, 2019년 63건, 2020년 69건, 2021년 81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민들은 도심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너구리가 감염병을 전염시키거나 공격할까 봐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서울 송파구 한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이 야생 너구리 떼 습격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려견 등이 공격받는 사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지난달 구청 게시판을 통해 “보행길을 따라 조깅 중에 너구리가 달려들었다”며 “달릴 수 있는 성인이 아닌 노약자의 경우 너구리에 의한 물림 사고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너구리 출몰 지역으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표지판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하기에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너구리는 유해 야생동물이 아닌 탓에 포획이나 사살은 불법이다. 너구리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고서는 너구리 출몰 빈도를 낮추기 위해 서식 환경 개선과 먹이원 관리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너구리가 주로 서식하고 있는 산림 및 하천 등의 서식지 환경 및 먹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 외곽 산림 등에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여 야생동물구조 센터에서 발견된 너구리의 방생 시 대체 서식지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구리 등 야생동물 개체수와 밀도는 먹이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쓰레기는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너구리 출몰 위험 지역에서는 펜스 등의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캣맘 등록제 등의 도입을 통해 길고양이 급식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 인식 개선 필요성도 언급됐다. 너구리는 사람과의 접촉을 경계하는 습성이 있다. 보고서는 “시민들이 너구리와 접촉 시 피해 갈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너구리와 공존을 위해 행동요령에 대한 안내문과 안내판 표준안을 마련해 자치구에 제공했다. 길고양이 사료가 너구리의 주요 먹이원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대시민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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