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의료전달체계, 평가·인증으로 회생” [쿠키인터뷰]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평가·인증으로 회생” [쿠키인터뷰]

오태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인터뷰
2010년 설립…국제적 기준 맞춰 의료 질 평가
“대국민 인식 및 자율인증 참여 제고 위해 노력”

기사승인 2024-08-27 06:00:07
오태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은 21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이 인증제를 통해 안전한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평가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전국 어디라도 인증을 받은 병원이면 국민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 나갈 것입니다.”

오태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 신임 원장은 지난 21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줄이고 지역 의료기관과 1·2차 의료기관의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인증원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증원은 2010년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도입 시점에 설립됐다. 의료기관 인증 기준은 환자 진료, 의약품 관리, 수술 및 마취진정 관리 같은 ‘환자진료체계’와 감염 관리, 의사 등 인적자원 관리, 의무기록 관리, 시설 및 환경 관리 등의 ‘조직 관리 체계’, 환자안전 보장활동, 성과 관리 등을 아우른다. 인증원은 국제적 인증 기준을 바탕으로 병원이 신뢰할 만한 운영 체제를 갖췄는지 평가한다. 

과거 병원 환경은 ‘의료의 질’ 또는 ‘환자 안전’ 개념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병원별 진료 제공 절차가 표준화되지 않아 의료사고 대응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던 2007년 민간 국제 병원인증사업(JCI 인증)이 대형병원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국내 의료기관인증제 역시 체계화 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때 인증원은 인증 제도를 정착시키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오 원장은 “인증원이 설립된 이후 의료기관 평가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해갔다”면서 “평가에 치중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의료기관과 활발한 소통을 가지며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돕고 경영 컨설팅까지 지원해 실질적으로 의료의 질을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인증제도 마크.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오 원장은 30여년간 흉부외과 전문의로 의업을 이어왔다. 진료협력센터장, 적정진료실장, 대외협력실장 등 병원 실무·행정 업무도 도맡았다. 병원을 평가하는 조사관으로 활동하면서 의료의 질 관리에 대한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취임한 지난 4월, 의료현장은 전공의 단체파업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인해 혼란 그 자체였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상황이 지속되며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대학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환자들은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그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 쏠림, 필수의료 붕괴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인증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료체계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오 원장은 “의료대란으로 인해 지역 필수의료가 무너져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부는 전문의 중심으로 중증의료를 담당하도록 전달체계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며 “이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1·2차 의료기관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이 담보되는 튼튼한 병원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인증원은 인증 제도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 특히 중소병원이 안전한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평가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인증원은 의료기관의 참여율을 적극 높일 계획이다. 현재 요양병원,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수련병원을 제외한 중소 규모의 급성기병원은 자율적으로 인증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병원들은 인증제 참여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참여율이 낮은 상황이다. 급성기병원은 지난 6월 기준 총 1807개소로, 이 중 418개소(23.1%)만 인증을 받았다.

오 원장은 “시설·인력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병원은 참여가 저조하다. 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이들 병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전무했다”라며 “중소병원 접근성 제고를 위해 기본적 수준의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증 참여에 따른 최소한의 보상을 지원 받도록 정부를 설득하겠다”며 “의료기관이 인증 받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재정적으로 이득을 보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국민 인식 개선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2021년 대국민 조사 결과, 인증원에 대한 국민 인식율은 22.8%에 불과했다. 오 원장은 “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인증원의 업적을 알리는 데 미흡했다”며 “임기 동안 대국민 인지도를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임무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마크가 있는 병원이라면 국제적 수준의 의료서비스 체제가 갖춰진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대도시나 서울로 힘든 걸음을 할 필요가 없다. 인증원이 의료기관을 밝히는 등대이자 길잡이가 될 테니 이를 믿고 집 주변 인증 병원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 원장은 또 “인증원에서 근무하는 약 800여명의 직원들에게 견실하고 튼튼한 인증원을 만드는 데 기여해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인증원 구성원과 현장 조사원이 협업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사명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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