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시중은행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은행권에 인사 태풍이 불어올 전망이다. 실적부문에서는 대부분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횡령·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가 주요 변수가 떠오른 영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지난 2022년 1월 2년 임기로 취임한 뒤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이재근 행장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이 첫 임기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임기(2년)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각각 지난해 2월과 지난해 7월 전임 행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았다.
실적만을 놓고 보면 각 은행장들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2505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969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고도 올린 수익이다.
문제는 횡령·부당대출·배임 등 대규모 금융사고다. 특히 올해부터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등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보니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은행의 은행장들은 연임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2조535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정 행장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친분도 깊은 만큼 진옥동-정상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연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연이어 발생한 횡령·부당대출 사고가 연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조 행장은 올해 상반기 1조673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한 350억원 규모의 친인척 부당대출 논란으로 금융당국과 강한 갈등을 빚고 있다.
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266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2469억원)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 3월과 5월에 횡령·배임 사고가 드러났으며, 최근에는 100억원대 부당대출을 통한 추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석용 행장도 취임 이후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은 물론 디지털 전환 등 성과를 냈지만 금융 사고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