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계엄 준비’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청문회는 정치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첫 질의자로 나선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 준비를 위해서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채워놓았느냐”며 “최근 (후보자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부른 사실이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 등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모교인 충암고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또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입구에서 경호처 직원의 안내로 불러서 무슨 얘기를 했는가. 계엄 얘기를 안 했는가”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일제히 부인하며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여러 가지 선동적인 말씀을 하시는데 이 자리는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계엄령을 발령하는 경우는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그렇다면 계엄령을 하는 상황은 국민의힘이나 윤 대통령이 만들지 않는다”며 “계엄령이 발령된다고 해도 (대통령이) 국회에 즉각 통보하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김 후보자와 부승찬 민주당 의원 간 날선 설전도 이어졌다. 대통령실 이전 당시 문재인 정부 국방부 대변인을 지냈던 부 의원은 한남동 관저에 김 후보자가 출입할 때, 함께 출입한 인원을 ‘손님’으로 기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부 의원의 언성을 높이자 김 후보자는 “말조심하세요”라고 맞섰다. 부 의원은 “누구보고 말조심을 하라는 것이냐”고 맞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 출신이 군 요직을 장악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후보자는 “충암파를 말씀하시는데 군 장성이 400명 가까이 있다”며 “그중 불과 4명인 충암고 출신을 묶어 충암파라고 하는 것 자체가 군에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 마음이 아프다”고 반박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었고, 안보 공백이 초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2022년 3월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으며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작업을 맡았다.
박선원 의원은 “김 후보자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하면서 대통령실, 국방장관, 합동참모의장 근무시설이 밀집되며 무방비에 (안보 위기에) 노출됐다”며 “북한의 재래식 탄도미사일이면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한꺼번에 무력화될 수 있는데 이런 반역행위를 대체 누가 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청와대 이전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대 대통령들께서 공약했지만 모두 실패하셨다”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실패를 디딤돌 삼아 국민과 약속을 지키고 성공한 것”이라고 답했다.
유사시 대통령의 생존성 측면과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과거 국방부 출입기자였던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미사일의 정확도와 위력이 향상됐는데 과거 청와대 지하 벙커가 버틸 수 있나, 지금의 대통령실·합참 벙커(B-2)는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현 대통령실이 청와대보다) 훨씬 더 강도가 강하다”고 답했다. 또 ‘핵무장 잠재력 확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의 질의에는 “모든 가능성 중에 그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