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태원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해 피해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금고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많은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필요한 지휘·감독 등을 다하지 않아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사전 대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태원 사고는 인파 집중과 사고위험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으로 최소한의 실질적 사전 대비만 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다”며 “돌발 사고에 대한 현장 대응의 실패보다는 사전 대책 미흡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당직 근무를 했던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과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각각 금고 3년과 금고 2년6개월이 구형됐다. 검찰은 류 전 과장이 참사 당시 112 신고를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자리에서 이탈해 상황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정 전 팀장은 수차례 접수된 112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반면 김 전 청장 측은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며 형사책임 관련해 무죄라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참사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건 사후 확증편향에 의한 결과”라며 “피고인은 대형 사고를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핼러윈 대응을 철저히 하라고 2차례에 걸쳐 당부했다. 2022년 핼러윈에 관심을 표명한 건 피고인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다시 한번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의 아픔에 깊은 위로를 드리며 서울경찰청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고 이후부터 일관되게 오로지 사실에 기반해 숨김과 보탬 없이 국회청문회와 수사에 임했다. 겸허한 마음으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김 전 청장 등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피고인들이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희생자와 유가족의 억울함을 해소할 길이 없을 것이며 이태원참사 같은 비극은 또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참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교훈이 깊이 새겨지길 바라는 많은 국민과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