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제기한 ‘계엄령 준비 의혹’에 정부와 여당이 각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무책임한 괴담선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계엄설’ 관련 공방으로 점철됐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후보자에게 “(군 인사에 개입해) 계엄 준비를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채워놓았느냐”며 “최근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느냐. 계엄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청문회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거짓선동하고 정치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야당의 계엄설 관련 질의는 지속됐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내 정보 수집 관련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군 인사에 ‘충암고’ 출신이 포진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부 의원은 “이런 인사가 그동안 없었다”며 “우연치고는 지난 2017년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 (내용과) 유사하게 인사 시스템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암고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출신 고교이기도 하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이라는 말이 있다”며 “계엄령과 같은 헌정질서를 교란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후보자는 결단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나”라고 반문하며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계엄설은 지난달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됐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갑작스럽게 지명하고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란 발언도 했다”며 “이같은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탄핵 국면 당시 계엄령 준비설을 입수해 당시 당 대표였던 추 의원에게 전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계엄설을 언급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대표는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에 공식 입장 표명에 나섰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 대표, 김 최고위원, 박 의원 등이 계엄 괴담을 양산한다는 대통령실의 성명도 외면한 채 또다시 괴담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이재명)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요구했다.
이어 여야 대표회담에서 계엄설이 공개 언급된 것과 관련해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손톱만큼 근거라도 있으면 말해달라”고 질타했다.
정 대변인은 “계엄 괴담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통령을 음해하는 민주당의 노림수는 도대체 무엇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며 “혹시 탄핵에 대한 빌드업(사전 준비) 과정인가. 근거가 없다면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계엄설 관련 단호한 대응도 언급됐다. 정 대변인은 “근거조차 없는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에 맞서 윤석열 정부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