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소아암 치료 방사성의약품 수출길 열었다

[쿠키과학] 소아암 치료 방사성의약품 수출길 열었다

난치성 소아암 치료제 ‘초저온 운송용기’ 개발
방사성차폐, 내충격, 초저온, 3박자 구현
6일 동안 -60℃ 환경 구현, 기존 대비 유효기간 2배

기사승인 2024-09-03 11:27:11
핫셀 시설에서 방사성 표지의약품을 제작 후 운송을 위해 용기를 밀봉 중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연구부 연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안정적인 초저온 유지가 필요한 소아암 치료제 등 방사성 표지의약품 운반용기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장거리 운반에 많은 제약이 있던 방사성 표지의약품 운송과 안정적 보관이 가능해지고, 해외 수출길도 열릴 전망이다.

방사성 표지의약품는 신경모세포종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며, 대체로 방사성동위원소와 체내 전달물질을 결합해 만든다.

현재 국내에서 식품의약처 허가를 받아 실제 환자에게 사용 중인 치료제는 원자력연이 생산 중인 ‘캐리엠아이비지(131I)주사액’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주사액은 분자결합 구조상 초저온 유지가 필요해 장거리 운송이 어려웠다.

난치성 소아암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성 표지의약품 캐리엠아이비지(131I)주사액. 한국원자력연구원

영하 60도 유지 특수 운송용기 개발

원자력연 동위원소연구부 조은하 박사 연구팀이 방사성 표지의약품 캐리엠아이비지(131I)주사액 수출을 위한 ‘초저온 운송용기’를 개발, 미국, 폴란드, 일본, 인도 등으로 운송시험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캐리엠아이비지(131I)주사액 운송용기를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연구부 조은하 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캐리엠아이비지(131I)주사액 운반은 방사선 차폐는 물론 낙하나 뒤집힘 등 움직임에도 안정적인 완충장치가 필요하고, 아울러 영하 60℃ 이하 초저온 유지 조건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초저온 운송용기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50㎝ 규격으로, 초저온 환경을 유지하면서 작은 충격에도 대비한 설계가 특징이다. 

연구팀은 의약품이 들어가는 원통형 납 용기 주변으로 보냉용 단열재 박스를 배치했고, 납  용기와 박스 사이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영하 60℃의 초저온 환경을 구현했다. 

또 단열재 박스 외부는 차폐재로 감싸 방사선을 막고, 차폐재 외부는 진공 단열재로 감싸 충격에 견딜 수 있다. 여기에 진공 단열재 외부를 단열재 박스로 한 번 더 감싸 보냉 효과를 더욱 높였다.

연구팀은 기존 냉동포장에 주로 사용하는 스티로폼  폴리에틸렌(PE) 폼 대신 폴리프로필렌(PP) 폼을 단열재로 사용했다. PP 폼은 PE에 비해 내열성이 높고 긁힘이나 파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견고함이 장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초저온 운송용기 내부.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용기는 실제 운송시험에서 미국, 폴란드, 일본, 인도에 모두 성공적으로 도착했고, 운송기간인 6일 동안 내부 온도기록계가 영하 60℃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이 생산 중인 소아암치료제 주사액의 해외 판로도 개척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원자력연은 내년에 캐리엠아이비지(131I)주사액 대량생산 공정을 도입, 생산량을 약 2.5배 늘릴 계획이다. 이는 국내 신경모세포종 환자의 치료제 수요 충당은 물론 수출도 가능한 물량이다. 

특히 주사액 수출과 더불어 운송용기만 필요로 할 경우에는 이를 따로 따로 수출할 계획이다.

정영욱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이번 운송시험이 성공하면서 연구원이 생산하는 방사성 표지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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