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에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원장은 4일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한 대출 실수요자 및 은행 창구직원 등 영업 현장의 건의사항과 부동산시장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은 최근 서울·수도권 중심 주택시장 회복,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수요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주택 실수요자의 불안심리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라며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대출 실수요 제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이전에 대출신청을 접수했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 신뢰 보호 차원에서 예외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원장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상환액 규모가 월평균 약 12조원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면 대출규모 관리와 동시에 실수요자에게 중단 없이 자금 공급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수요가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금융권의 관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대출 정보 유통속도가 빨라 금융회사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은행권 뿐만 아니라 보험·중소금융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 금융권 대출 창구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회사 간 쏠림 현상도 방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보험·상호금융권도 주택담보대출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가계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 대출은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전 금융권 대출 창구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금융회사 간 쏠림 현상도 방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