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엽 바둑학과 초대 학과장 “교수법에 중점…바둑 강사 양성하겠다” [쿠키인터뷰]

유승엽 바둑학과 초대 학과장 “교수법에 중점…바둑 강사 양성하겠다” [쿠키인터뷰]

1989년 한국기원 ‘월간 바둑’ 기자로 입사한 이후 바둑계서 35년간 맹활약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에 신설된 바둑학과 초대 전임 교원(교수)·학과장 맡아

기사승인 2024-09-05 09:00:31
4일 첫 출근한 유승엽 바둑학과 초대 학과장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에서 만났다. 사진=이영재 기자 

세계 최초, ‘유일무이’라는 수식어를 지난 27년 내내 달고 있던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폐과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바둑계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바둑을 아끼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노력으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에 바둑학과가 신설됐다.

초대 학과장은 유승엽(57) 교수가 맡았다. 유 교수는 바둑인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바둑서당’ 시리즈를 집필한 초대 편집장으로, 당시 정수현 9단이 이 책의 감수를 맡으면서 친분을 쌓았다. 정 9단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초대 교수이자 학과장으로, 역시 바둑계에서 진짜 교수가 되기 전부터 ‘정 교수’라고 불리던 인물. 바둑서당을 함께 만든 두 사람이 시간차를 두고 각각 다른 바둑학과의 초대 학과장이 된 점도 재미있다.

성균관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유 교수는 1989년 한국기원 ‘월간 바둑’ 기자로 입사하면서 바둑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기원 초대 홍보팀장을 맡아 홍보는 물론 출판, 전산화 작업 책임자로 일했다. 이후 삼성SDS 유니텔사업부에서 게임과 바둑을 총괄했고, 현재 컴투스가 인수한 온라인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기획실장, NHN 한게임에서 보드게임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1999년부턴 초창기 명지대 바둑학과에서 전공 수업 강의를 맡으면서 바둑학 정립을 도왔다. 지금도 초등학교 방과 후 바둑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바둑 교육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 교수를 ‘출근 첫 날’인 지난 4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바둑학과 교수실에서 만났다.

“바둑학과를 나온 학생들이 바둑교실을 차리고 방과 후 바둑 강사를 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걸 늘 이상하게 생각했다.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제대로 된 교수법을 공부하지 못해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바둑을 가르치지 못하는 일이다.”

유 교수는 처음 명지대 바둑학과가 생겼을 때부터 초대 학과장을 맡은 정수현 교수와 긴밀하게 소통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유 교수는 “이름은 바둑학과지만, ‘바둑교육학과’에 가깝게 운영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바둑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훌륭한 바둑 강사로 거듭나서 바둑 보급 일선에서 활약해야 바둑 인구 확충과 바둑 저변 확대를 모두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품었던 뜻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유 교수는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바둑 강사가 많지 않다는 게 바둑계의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기력이 너무 낮은 사람이 바둑을 가르치거나, 바둑은 잘 두지만 교육자로서 소양을 쌓지 못한 사람이 바둑 강사로 진출하면서 바둑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아쉬워했다.

유 교수는 “골프를 배운다고 가정하면, 티칭 프로 자격은 없더라도 최소 ‘싱글’은 치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지금 바둑은 마치 골프 130타를 치는 사람이 140타 치는 사람을 가르치는 격”이라고 짚었다. “지금 30~35세 정도 된 청년들을 만나보면 하나 같이 ‘바둑을 예전 초등학생 때 방과 후에서 배웠는데, 이제는 전혀 둘 줄 몰라요’라고 말한다”면서 “전국에서 바둑을 배운 어린 아이 중 커서도 바둑 팬이 되고 ‘바둑 인구’로 편입되는 수치는 1%에 불과하다”고 아쉬워했다. 바둑 강사의 역량 부재 탓이다.

아울러 유 교수는 “우리나라 바둑계에서 저만큼 다양한 분야에 취업하고 실무적으로 많은 일을 해본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기획을 비롯해 각종 실무를 할 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미디어 분야로 진출한다면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 학생들이 향후 취업 활동에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들을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는 온오프라인 수업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문화예술 특성화 대학교다. 올해 바둑학과와 실용댄스학과 등이 신설돼 총 17개 학과로 운영된다. 바둑학과 2025학년도 1학기 정시모집은 오는 12월부터 진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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