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 법적 근거 부족…“교육‧도서 영향력 검토해 도입해야”

디지털 교과서 법적 근거 부족…“교육‧도서 영향력 검토해 도입해야”

국회입법조사처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성격과 입법 과제’ 보고서

기사승인 2024-09-07 06:00:05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도입하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두고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사회적·기술적 변화에 따라 교육용 도서에 대한 법적근거 및 명칭 규정 정비도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는 디지털 교과서의 ‘규정‧범위‧명칭’ 및 도서시장 영향력 등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성격과 입법 과제’(AI 디지털교과서는 어떻게 ‘교과용 도서’ 되었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을 추진한다. 단계적으로 2028년까지 대상 학년과 교과를 확대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구현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지난 5월 국회에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이 접수되는 등 최종 56만명의 동의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로 회부돼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및 법적 근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AI 기반 ‘코스웨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코스웨어란 ‘교과과정’과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로 교수·학습을 효과적으로 성취할 목적으로 바람직한 교수환경 또는 수업 조건을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디지털 교과서의 정의와는 별개로 교과용 도서 지위를 얻는 건 매우 중요한 의미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행법상 교과용 도서와 교육자료를 구분하고 있다”며 “넓은 의미에서 교과용 도서는 교육자료로 볼 수 있지만, 학교에서 사용해야 하는 의무 부과 여부에 따라 양자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기에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근거와 지위 확보가 불명확하다며 법적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입법 개선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교과용 도서의 중요사항에 대하여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방안이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재 교과용 도서의 사용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되고 있다”면서도 “헌법재판소 89헌마88 결정문의 반대의견에 따르면, 교과용도서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반드시 법률로 정하여 행정권의 부당한 간섭으로 침해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령에 규정된 교과용 도서의 정의 규정을 법률로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교과용 도서 ‘범위’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 검토도 필요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은 교과용 도서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데, 이 모든 걸 규정으로 위임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김 조사관은 “해당 법안은 1997년 개정된 것이고, 당시 입법자의 의도는 영어교과서에 녹음테이프가 포함되는 등 종이 외의 수단을 보완 교재로 보급하고자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오늘날 기술적·사회적 변화로 학습에 관한 다양한 수단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대통령령 규정으로 위임하는 게 입법자의 의도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래에 발생할 다양한 수단 중 교과용 도서로 포섭될 수 있는 범위의 한계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포괄적으로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것이 헌법 원리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교과용 도서’ 명칭 규정 정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교과서뿐만 아니라 향후 교육자료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조사관은 “해외는 국가가 교과서나 교과용 도서 등에 전혀 개입하지 않기도 하며,‘교육자료’로 규율하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대안 및 도서시장 전반의 영향 검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헌재는 전자출판물로 인해 종이출판산업이 쇠퇴하게 되면 양 산업의 균형이 무너지고 국민의 도서접근권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며 “모든 학교에 의무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공급하는 정책이 도서 발행 전반에 미칠 우려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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