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 시동 걸었지만…출구 없는 ‘강 대 강’ 대치 여전

여야의정 협의 시동 걸었지만…출구 없는 ‘강 대 강’ 대치 여전

기사승인 2024-09-07 13:30:10
지난 6월17일 오전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평소와 달리 서울대병원 로비는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와 여당이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여전히 양보 없는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7일 경기도의사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의료계와 대화에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의 사과, 막말·실언을 일삼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장상윤 사회수석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025년 예정된 의대 증원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경기도의사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은 이번 사태의 원인인 2025년도 의대 증원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본질을 왜곡한 꼼수 주장”이라며 “진정성이 있다면 의료 파탄을 초래한 증원의 즉각적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의대생 집단 유급이 현실화한 작금의 현실에서 내년도 7500여명 의대 신입생을 교육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의대 증원은) ‘불통’ 대통령의 오기와 고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사과와 의대증원 전면 철회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응급 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 제공

다만 정부는 의대 증원 백지화 의견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국무조정실은 같은 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 보도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결정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의대증원 관련 의료계의 합리적 대안 제시가 있다면 재논의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됐다. 국무조정실은 “정부안과 다른 의견이 있다면 과학적 분석에 터 잡은 의료인 수요 추계를 제시해야 재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의료계가 과학적·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재논의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과학적 수급 분석을 근거로 필요 최소한도의 규모로 의대 증원을 결정했고, 1년 8개월 이상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의료계는 증원에 공감하면서도 그 규모에 대해 이제껏 한 번도 의견을 제시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 개혁에 관해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임의로 합의하라는 요구, 단 한 가지뿐”이라며 “아무리 괴로워도 국민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사안을 그렇게 결정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앞으로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료계가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한 증원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결론에 한목소리로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앞서 정부가 의대 증원 확대를 발표한 후, 전공의의 파업과 의대생의 수업 거부 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에서 떠나며 대학병원 등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응급실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며 정부는 군의관 파견에 나섰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에 파견된 군의관들은 응급실에서 근무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업무를 중단한 채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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