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어두운 터널 지난다…미 연준 인하 ‘목전’

‘금리’ 어두운 터널 지난다…미 연준 인하 ‘목전’

기사승인 2024-09-17 06:00:05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EPA, 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통화정책이 2년 6개월 만에 변화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 연준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FOMC 회의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19일 새벽 3시 발표된다. 미 기준금리는 코로나19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 축소를 위해 2022년 3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7월 5.25∼5.50%까지 오른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서 시작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3일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 금리 인하의 방향은 분명하며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뒷받침한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 상승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동성 확대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의 관심은 인하 시점을 떠나 ‘속도’에 쏠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 등을 볼 때 경기 침체 우려에 ‘빅컷’(0.50%p 인하) 가능성이 거론된 영향이다. 다만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딘 둔화세를 보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다소 후퇴한 상황이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물가로, 8월 상승률(3.2%)이 7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전망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100%에 달한다. 단, 0.25%p 인하 가능성이 63%(13일 기준), 0.50%p 인하 가능성이 37%로 나타났다.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 전망도 나온다. 11월 미 금리가 4.50~4.75%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50.1%, 12월 4.00~4.25%까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39.9%에 달한다.

한은, 금리 인하 딜레마

미 금리 인하가 9월 단행될 경우 한국의 기준 금리도 추격 인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10월 인하를 점치는 의견도 상당하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4년 10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36%는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26%에서 10%p 상승한 수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3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빠르게 가격 안정을 달성하게 됐다”며 “인플레이션만 보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과 가계부채가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있다. 이 총재 역시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경우 금리 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늦어도 11월에는 한은의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금리 인하 전에 금융안정 리스크를 평가할 충분한 시간을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이후 증시 접근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증시 변화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정보기술(IT), 반도체 등 성장주를 대신해 영업이익률이 높은 바이오, 소프트웨어(SW) 주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0일 “9월 FOMC 회의에서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하는 9월, 11월, 12월 0.25%p씩 세 번 할 것이다. 빅 컷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1995년 상반기 주도주였던 IT는 금리 인하 이후 주도주에서 이탈하며 헬스케어와 금융이 주도주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올해 역시 반도체 이익증가율이 정점을 통과하며 주도주 교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황 센터장은 “높은 이익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 업종 비중을 확대하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준 한투증권 연구원은 “9월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지만,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 항상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를 내릴 정도로 경기가 불안하기에 주식시장도 예상외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 현재 진행형이므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실적 모멘텀이 양호하고 수급과 관련해 매도 압력에 노출돼 있지 않은 건강 관리, 통신, 유틸리티 등의 종목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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