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손해보험사의 보험료 인하에도 자동차 보험의 대형사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성장세까지 주춤하면서 중소형 손보사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대형사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 월간보험통계를 보면 전체 자동차 책임보험 78.8%를 대형사가 보유하고 있다. 전체 61만 7000여건 가운데 삼성‧현대‧KB‧DB 등 대형사는 48만 6900여건, 메리츠‧한화‧롯데‧MG‧흥국 등 중소형사는 3만 3000여건을 보유했다. 비대면을 제외한 중소형사 비중은 5%에 그쳤다.
여러 손해보험사는 올초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섰다. 메리츠손해보험은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했다. 한화손해보험도 지난 2월 한 차례 자동차 보험료를 낮췄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다 보니 크게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 소비자는 이 보험 하면 이 회사라는 관행에 따라 가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료가 낮은 쪽을 선호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소형 보험사가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던 만큼, 상반기 수익 면에서도 차이가 났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자동차보험 통계를 보면 대형사는 모두 수익을 낸 반면, 중소형사는 모두 손실을 봤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시장 성장세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전년 대비 57만 대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1만 대 증가했다. 시장이 성장한 것.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 보험 가입 차량이 41만 대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59만 대와 비교했을때 30.50% 감소했다.
신차 구입이 줄며 보험 가입도 줄어든 것이다. 자동차보험은 자차 소유자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자동차 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해 등록 자가용 증가율은 2019년 이후 가장 낮았다. 2019년 36만 대(1.7%) 2020년 61만 대(2.7%) 2021년 46만 대(2.0%) 2022년 51만 대(2.2%) 2023년 42만 대(1.8%)로 집계됐다.
중소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동차 보험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점점 어려워지는 셈이다. 보험연구원 천지연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 시장이 예전처럼 많이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낮아졌을 때 문제는 중소형 보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형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 시장은 이미 과도기에 접어들어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면서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