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병호 스마게 실장 “언젠간 평양서도…20년 이상 이어가는 게 목표” [쿠키인터뷰]

여병호 스마게 실장 “언젠간 평양서도…20년 이상 이어가는 게 목표” [쿠키인터뷰]

주베트남한국문화원으로부터 감사장
“e스포츠 발전 기여…한-베 문화 교류 장 마련”
“베트남팀, 떠오르는 용…새로움 위해 고민”
“한국 서비스 안 되는 건 아쉬워”

기사승인 2024-09-14 06:00:07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25일 주베트남한국문화원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 대회를 통해 베트남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양국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회를 이끌어가는 여병호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e스포츠전략실 실장을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삼평동 스마일게이트캠퍼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마일게이트

어쩌다 맡게 된 일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동시에 10년 뒤에도 이어지길 바라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부터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에서 e스포츠를 담당하고 있는 여병호 실장의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주베트남한국문화원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나아가 한국-베트남 양국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크로스파이어는 1인칭 슈팅(FPS) 게임으로, 2013년부터 e스포츠 대회를 열어오고 있다. 대회를 이끌어가는 여 실장을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삼평동 스마일게이트캠퍼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해나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여 실장은 감사장을 받은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보람을 느낀다. 해외에서도 인정해주고 관심가지고 바라본다는 게 의미있다”면서도 “e스포츠를 마케팅 측면에서만 보곤 했는데, 이제는 콘텐츠이자 문화로 바라봐준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크로스파이어하면 보통 ‘중국’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지난해 7월 기준 중국 내 PC방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2023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크로스파이어 월드 챔피언십 대회인 ‘CFS 그랜드 파이널’은 객석 규모만 4000명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그렇기에 베트남에서 감사장을 받았다는 사실이 생소하기도 하다. 여 실장은 ‘접근성’과 ‘MZ’를 인기 이유로 꼽았다. 그는 “베트남은 이제야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저사양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트남 연령층이 굉장히 젊다. 게임도 하나의 스포츠이고, 문화 콘텐츠라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덧붙였다.

실력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팀은 여 실장이 꼽은 ‘떠오르는 용’이다. “CFS 썸머 챔피언십 2024 베트남에서 베트남팀인 울프 엠파이어가 중국 청두 올 게이머스를 이기고 우승했다”며 “날카로운 플레이 방식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팀이 우승하자 관객은 물론, 대표나 임원진도 막 울더라”며 “예전에 한참 게임했는데 우승하는 걸 보고 다시 게임을 즐기고 싶다고 이야기하거나,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비행기 타고 와 경기를 봤다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베트남에 더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알리고 확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여병호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e스포츠전략실 실장을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삼평동 스마일게이트캠퍼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마일게이트

e스포츠 대회에 새로움을 더하기 위한 궁리도 하고 있다. “중국을 예로 들자면, 근래 자국 문화를 소비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라며 “짧은 콘텐츠를 주로 소모하는 것도 두드러지는 변화다. 짧으면서도,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주요 정보를 데이터화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노력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숙제들도 있다. “대회가 꾸준히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다. 100부작 드라마처럼 오래 이어져오고 있기에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도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여 실장은 말했다.

“한국에서 서비스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 아쉽다”며 “이용자와 소통하는 행사를 열고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 살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에서 한국 이용자가 함께 하는 날이 오면 좋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한국팀이 없어 중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 대회를 만들어가며 노하우가 쌓였지만, 그럼에도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사람이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여 실장은 “힘든 것도, 어려운 것도 당연히 있다”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한다”고 했다. “결승전 기준으로 그 2시간을 위해 1년을 준비한다. 1년을 통해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고 기억에 남을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게 보람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에서 한 번 대회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꿈도 있다. 그는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언젠가 한번은’이라는 생각을 해봤다”며 “환경이 조성된다면, 문화 콘텐츠쪽으로 교류가 먼저 이뤄질 거 같다. e스포츠라는 게 젊은 세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거다 보니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라질이나 이집트에서 대회를 열었을 때, 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모습을 봤던 게 인상 깊다. 기회가 된다면 온전히 새로운 곳에서 대회를 열어보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보다 ‘꾸준한 서비스’다. 그는 “이용자에게 즐거운 일인지, 선수들이 함께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우선”이라며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다보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강요하기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이제 협력이 매끄럽게 잘 되는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여 실장은 “유저들이 즐기고 함께 할 수 있는 크로스파이어 게임과 e스포츠 대회가 앞으로 10년, 20년 더 지속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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