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청소년 증가하며 이들이 학교와 지역사회 등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력한 동화주가 작동하는 한국사회 특성상 사회적 배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중언어보다는 완전한 한국어 습득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한국청소년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다문화 청소년의 이중언어와 사회적 배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사회의 다문화 인구는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이주여성 및 중도입국자 증가로 급격히 늘고 있다. 다문화 학생 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5년 8만2536명에 그쳤던 다문화 학생은 작년 기준 12만9910명(전체 다문화가정 18만1178명 중 외국인 가정 자녀 4만372명 제외)으로 집계됐다.
다문화 청소년의 수적 증가에 따라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는가는 큰 관심사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한국 정서상 이중언어구사는 사회적 배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중언어구사란 일상생활에서 두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언어는 이주민을 배제하는 핵심 기제 작용한다. 한 국가의 표준공용어 사용자가 아니면, 그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자원을 향유할 권리를 제한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준엽 경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전임연구원과 신형진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어 능력이 기준점에 미치지 못하는 제한언어 구사자는 또래, 학교, 건강, 지역사회 모두에서 한국어 단일구사자보다 사회적 배제의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강력한 동화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면 사회적 배제의 정도를 높이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보다 먼저 이민국가의 길을 걸어온 북미의 경우, 화자와 언어의 지위에 따라 배제와 포용의 양상이 나타났다”면서 “다만 한국의 경우 완전한 한국어 구사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이중언어는 사회적 배제를 낮추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한국사회가 다문화 학생에 완벽한 한국어 구사 능력을 요구한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과 신 교수는 “한국사회는 구사 언어의 다양성보다는 획일화된 동화주의, 한국어의 완벽한 구사를 다문화 청소년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어의 완벽한 구사가 전제된다면 언어의 다양성은 사회적 배제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어 구사능력의 결여는 또래 관계 속 배제뿐만 아니라 건강과 지역사회 등 사회 전체의 배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관련 정책의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 연구원과 신 교수는 “다문화 청소년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다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학교에서 주류언어(한국어)를 통해 교류하는 또래와 교사와의 관계를 넘어 건강과 지역사회에서의 배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의 다문화 청소년들이 다양한 차원에서의 사회적 배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완전한 습득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