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영광 등 4곳의 기초단체장을 뽑는 10·16 재보궐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은 가운데 범야권 선거전이 과열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먼저 ‘호남살이’를 시작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본격적으로 선거지역을 찾아 민주당 후보 지지 호소에 나섰다. 야권 대표들이 이례적으로 기조단체장 선거에 달려든 것은 이번 재보선 결과가 리더십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23일 오전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자 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며, 회의가 끝난 후 영광터미널시장으로 이동해 시민들을 만났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전남도민께서 민주당에 대해 흡족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 걸음씩 더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권력을 가졌으면 사실 다른 지역보다 확실하게 다른 것을 보여줬어야 한다. 큰 차이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4일에는 곡성, 25일에는 부산을 찾아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재보선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민석, 한준호 최고위원 등도 전남 현장을 찾는 등 민주당 지도부 전원이 총력전에 나섰다.
열흘 전부터 전남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한 조국 혁신당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는 이날 부산을 방문해 금정구청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류제성 후보 지원에 나섰다. 25일에는 곡성에서 ‘3년은 너무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 회의를 연다. 조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에서 정치혁신과 새로운 선택지를 희망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재보선 선거가 야권에서 과열된 이유는 혁신당이 먼저 불을 지펴서다. 혁신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등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였다. 당에서도 호남 선거를 두고 ‘승산이 있다’는 분석을 끝낸 뒤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다. 혁신당이 호남에서 재차 바람을 일으킨다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혁신당은 여러모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귀한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민주당과의 단일화 또는 통합에 대한 협상력도 굉장히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텃밭인 호남을 혁신당에 뺏기면 이재명 체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경우 재판 1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이 대표의 1심 선고일은 11월 15일이다. 오는 30일 결심 공판이 열리는 위증교사 의혹 사건도 이르면 11월 선고 가능성이 있다. 만일 호남에서 민주당이 진다면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치명타를 걱정할 것”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지면 ‘호남에서도 혁신당한테 밀리면서 무슨 대선을 이기냐’는 목소리가 커질 거고 11월에 대표 재판 1심 2개가 유죄로 나올 경우 곧바로 이재명 체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질 것을 우려하고 총력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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