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잡고 액션까지…밥상 잘 차린 ‘전,란’ [쿡리뷰]

의미 잡고 액션까지…밥상 잘 차린 ‘전,란’ [쿡리뷰]

기사승인 2024-10-11 06:00:06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양인에서 노비가 된 천영(강동원)은 제 신세가 영 한스럽다. 신분제의 견고한 벽을 넘지 못한 그는 조선시대 최고 무인 가문에 팔려 갔지만, 그 덕에 저와 또래인 양반 자제 이종려(박정민)를 만난다. 조선 제일 무관인 아버지의 기대가 버거운 이종려와 타고난 천재 검사 천영. 검을 매개로 신분 고하와 관계없이 우정을 쌓던 이들은 임진왜란을 겪고 오해 속에 멀어진다. 둘도 없는 친구에서 원수가 된 두 사람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볼거리 많은 사극이다. 배우들의 걸출한 검술 액션부터 캐릭터 사이 다양한 관계성,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재현한 세트까지 다양한 재미 요소를 맛깔나게 차려놓으며 재미를 끌어올린다. 느슨한 도입을 거쳐 펼쳐지는 쫀쫀한 액션과 품고 있는 메시지까지 극 전반에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눈에 띄는 건 양반 박정민과 몸종 강동원의 만남이다. 과거 영화 ‘군도’(감독 윤종빈)에서 ‘조선 제일검’ 양반 조윤 역을 맡았던 강동원은 ‘전,란’에서 몸종을 연기했다. 처음으로 노비 역을 맡은 강동원의 변신이 새롭게 와닿는다. 강동원이 신선함을 준다면 박정민은 특유의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깊이감을 더한다. 무예를 펼치면서도 매 순간 변모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박정민의 눈빛이 인상적이다. 두 배우가 막역지우에서 대적하는 관계로 변모하는 두 캐릭터의 흐름을 차지게 살려낸다.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영화가 품은 메시지도 좋다. 신분제라는 사회 시스템을 대하는 각 캐릭터의 태도는 판이하다.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신분제 자체에 순응한 천영과 달리 신분제 자체를 부정하는 그의 동료 범동(김신록)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신분제로서 자신의 지위를 견고하게 다지려는 선조(차승원)와 의로움을 따르면서도 체제에 복종하는 김자령(진선규) 등 모든 캐릭터가 걷는 행보가 얼기설기 얽히며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백미는 검술 액션이다. 강동원의 존재감이 가장 도드라진다. 장검과 단검, 일본도 등 다양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다. 처음으로 검술에 도전한 박정민은 액션과 감정 연기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일본 장군으로 변신한 정성일의 변신도 새롭다. 언뜻 보면 그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세 배우가 3인 구도로 맞부딪히는 검술 액션 장면은 독보적이다. 해무 속 숨 가쁘게 검을 겨루는 모습은 큰 화면으로 볼 때 더욱 진가가 드러난다. 이 외에도 노련한 차승원이 등장만으로도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제 몫 이상을 해낸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전,란’에 활력을 더하는 무기다. 여기에 미감 좋은 김상만 감독이 매 장면 인상적으로 멋을 살려 보는 맛이 좋다. 다소 잔인하게 구현된 일부 화면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11일 공개. 청소년 관람 불가.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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