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전월 보다 둔화된 규모다.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관리 혼선으로 호되게 질타받은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 일관되고 확고한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역대급’ 8월보다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관리방안을 재점검했다. 가계부채 점검회의는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 관계자가 참석했다.
당국은 9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축소된 요인으로 이달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은행권 가계부채 관리를 꼽았다. 올해 월별 가계대출은 1월 9000억원 증가 이후 2월 1조9000억원 감소, 3월 4조9000억원 감소로 2개월 연속 축소세를 보였다.
이후 4월부터 4조1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으로 잇따라 증가세를 기록하더니 8월에는 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4월 이후 계속된 가계대출 증가세가 9월 들어 5조2000억원으로 한풀 꺾인 것이다.
“불확실성 아직 크다” 재차 조인 당국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당국 시각이다. 9월 수치는 추석 연휴 등 계절적 요인과 규제 강화 이전 미리 당겨 실행한 대출수요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리인하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며 특히 그간 공급이 확대되어온 정책대출과 전세대출 등도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향 안정화 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가계부채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개별은행 상황에 맞는 세심한 여신심사 기준을 통해 남은 3개월 동안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면서 “내부 관리목적 (DSR)의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같은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이를 선반영해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라며 “시장의 자금수요 확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시장금리 방향성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스스로 자체적인 관리 노력을 계속해나가되,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감독수단을 모두 활용해 적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철저한 관리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컨트롤타워 누구냐” 국감서 진땀 뺀 금융위원장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지연, 이복현 원장과의 소통 부족 등으로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며 질타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장의 여러 발언 때문에 시장에 혼란을 유발한다는 비판과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고 김 위원장은 “감독당국에서 혼선을 준 부분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국민들이 금융당국의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는 말이 나온다’는 비판에는 “저는 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계 부채가 다시 확대되면 금융당국은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이나 정책금융 등으로 확대하거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추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7월로 미룬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핀셋규제 추가 제도화 등이 거론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며 “DSR 규제가 중장기적으로는 확대돼야 한다”면서 힘을 실었다.
한은 금통위는 전날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한은은 그동안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금리 인하를 미뤄왔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저하와 내수 부진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마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p 큰 폭으로 내리자 기조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