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사측과 다음 주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본교섭을 재개한다.
11일 전삼노에 따르면 오는 17일 삼성전자 5개 노조 대표와 사측 교섭위원 간 상견례를 진행하고 본격적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격주 월요일 임금협상을 진행하며 매주 수요일 단체협약을 논의한다. 실무교섭 안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전삼노는 사측과 지난해와 올해 임단협을 진행해 왔으나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7월8일에는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전삼노는 지난 8월5일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업 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지난 3일 대표교섭권을 재확보했다.
이번 본교섭에서는 논의해야 할 내용들이 더 많아졌다. 지난해와 올해 임단협에 더해 오는 2025년 임단협까지 총 3년 치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교섭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79조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10조원을 넘지 못했다. ‘어닝쇼크’였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같은 날 이례적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악화된 실적은 임단협에 어떻게 작용할까. 전문가 의견은 갈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삼성전자 실적악화의 이유로 DS부문에서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을 들기도 했다”며 “현재 기업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사측이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도 있다. 전 부회장의 메시지에는 노조를 고려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인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은 “실적 악화로 인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책임을 묻는 것이 흐름이 됐다. 노조의 목소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조합원의 목소리를 통해 기업에 책임과 쇄신의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