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벌집꿀 검역 허술...세밀한 잔류 농약 검사 필요해”

“수입 벌집꿀 검역 허술...세밀한 잔류 농약 검사 필요해”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
“식품인 벌꿀, 국경 넘을 때 검사 까다로워야”
“수입꿀, 농약·항생제 등 첨가물 검사 부족”
“친환경 꿀 만들어야 국제 경쟁력 올라”

기사승인 2024-10-14 06:00:07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무영에서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가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가장 죄질이 나쁜 게 어린아이나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것, 그리고 먹는 거로 장난치는 거예요. 아무 관리 되지 않는 벌꿀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라요. 벌꿀도 식품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은 검사장까지 오르는 오랜 검사 생활동안 가장 나쁜 범죄 중 하나로 식품 관련 범죄를 꼽았다. 그는 “식품이나 식물이 국경을 넘을 때는 검사가 까다로워야 한다”며 “벌꿀도 식품인데 외국과 달리 수입되면 안 될 벌집꿀이 수입되고 있고 관리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의 법무법인 무영 사무실에서 만난 송 이사장은 “외국에서 나무를 수입할 때도 흙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모두 씻어야 된다”며 “병원균에 감염됐을 확률이 높아 외국은 벌집꿀이나 벌집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벌집꿀 검사를 까다롭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수입농산물이 확대되고 식량 안보 문제가 야기되고 있어 식품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사과·단감 등 생과실, 열매채소나 감자 등을 수입할 때는 외래 병해충 유입 위험이 있어 수입금지 지역을 따지거나 검역 협상을 거친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로 수입검역물이 검역장소에 입고되면 소독과 검역 등을 거쳐 역학조사, 관능검사, 정밀검사 등이 치러진다. 그러나 벌꿀에는 이처럼 정교한 과정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송 이사장은 “수입 꿀의 검사가 부족해 어떤 농약, 항생제, 면역증강제 등 첨가물이 쓰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양봉할 때 본의 아니게 필요하다고 해서 벌에게 먹였더니 나중에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벌집꿀은 병에 담겨 판매하는 상품보다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집을 먹는 애벌레나 병원균 감염위험 때문에 철저히 관리돼야 하는데, 해외에서 들여온 벌집꿀이 아무런 제재없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등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병균, 바이러스가 우글거릴지 모르는 벌통과 벌집의 소독기준이나 교체 기간 기준도 없다. 벌집이 수입된다는 건 외국의 균이 증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되는 벌꿀의 샘플 검사가 아닌 전수 검사 후 유통을 허가해야 병원균까지 수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잔류농약이나 항생제 검사 항목도 더 엄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송 이사장은 “외국에서 무슨 농약을 쓰는지 우리나라 사람이 모른다”며 “동물용의약품 잔류허용기준이 있지만 국내에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외국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항목 검출 기준을 세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송 이사장이 이처럼 말하는 이유는 벌꿀은 ‘조리없이 그대로 먹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친환경을 바라보며 벌꿀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에게 농약이나 항생제를 사용하면 영향을 받은 꿀은 경쟁력이 줄어든다.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인 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 이사장은 “고급벌꿀의 국제트렌드도 ‘친환경’이다. 예로 꿀벌 근처에 깨끗한 수질 환경도 필요하다”며 “꿀 생산에 물이 많이 필요한데, 음용수를 자연에서 먹일 수는 없어도 양봉장 주변에 생활용수 이상의 수질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 용역으로 창원대 등에서 연구한 ‘미관리 수질오염물질 탐색체계 구축(2023)’에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퇴출된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농약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해당 성분은 꿀벌의 군집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면밀한 조사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또 수환경 생태위해성 측면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인체보건에 대한 위험이 있어 반드시 관리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송 이사장은 “궁극적으로 ‘식품’인 벌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이고 사람 손을 최대한 타지 않고 꿀벌이 자연 그대로의 생존방식대로 생산한 꿀, 벌꿀 생산에 인간에 의한 첨가물 등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꿀이 고급꿀로 인정받도록 유도하면 우리나라 벌꿀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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