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고난이 보행기술, 장애인 혼자 입기 가능" 웨어러블 로봇 새 지평

[쿠키과학] "고난이 보행기술, 장애인 혼자 입기 가능" 웨어러블 로봇 새 지평

KAIST 공경철 교수·㈜엔젤로보틱스, ‘워크온슈트F1' 공개 시연
중증 하반신마비 장애인 스스로 착용 가능
지팡이 보조 없이 단독 보행 성공
재활의료, 노약자 보행보조 등 확장 기대

기사승인 2024-10-24 18:05:48
24일 ㈜엔젤로보틱스에서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하고 동작을 선보이는 김승환 연구원. 서진=이재형 기자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이 타인 도움 없이도 스스로 착용하고 걸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 공개돼 장애인은 물론 보행이 어려운 노약자나 재활치료자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24일 대전 소재 ㈜엔젤로보틱스에서 하반신마비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의 최신 버전 ‘워크온슈트F1(WalkON Suit F1)’ 시연식을 개최했다.

워크온슈트는 연구팀이 2015년부터 개발 중인 하반신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의 최신형이다. 

장애인 스스로 완전착용 실현

이번에 공개한 워크온슈트F1은 하반신마비 중에서도 최고 중증인 'ASIA-A 레벨'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은 착용을 위해 타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장애인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데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반면 워크온슈트F1은 휠체어에 앉은 하반신마비 장애인에게 스스로 다가가 밀착하는 전면착용 방식을 실현했다.

아울러 무게중심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탑재, 착용자가 로봇을 잘못 조작해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유사 로봇이 보행 때 스틱 등 지지대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워크온슈트F1은 양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걸을 수 있도록 향상된 균형 제어기능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 보행보조를 넘어 운반, 조리 등 하반신마비 장애인의 일상 활동에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공 교수는 “현재 많은 하반신마비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이 걷기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장애인이 자력으로 이를 착용하는 것부터 난관”이라며 “워크온슈트F1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팔도 자유로워져 실질적인 일상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엔젤로보틱스에서 열린 워크온슈트F1 시연식에서 주요 성능을 설명하는 공경철 교수(왼쪽). 사진=이재형 기자

주요 부품 완전 국산화 성공

워크온슈트F1은 고성능 모터와 감속기, 모터드라이버, 메인회로 등을 핵심부품을 모두 국산화했다.

이와 함께 모터 및 감속기 모듈의 출력밀도는 기술대비 2배, 모터드라이버 제어성능은 주파수 응답속도 기준 세계 최고기술 대비 3배 향상시켰다.

워크온슈트F1. 사진=이재형 기자

특히 모터드라이버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성능을 높여 기존 고가의 상위제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급 모션제어알고리즘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장애물 감지를 위한 비전모니터, 6채널 지면반력센서로 불규칙한 바닥상태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보행이 가능하다.

워크온슈트F1 주요 구성. KAIST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새 패러다임 제시

워크온슈트F1의 개발로 ㈜엔젤로보틱스가 생산 중인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의 성능 향상에 따른 활용성도 대폭 확장될 전망이다.

실제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메디컬 M20’은 하반신 불완전마비 환자의 보행훈련 로봇으로, 재활에 필요한 6가지 훈련모드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최근 이를 활용한 임상실험 결과 뇌성마비 아동이 착용 가능한 외골격 로봇을 이용한 보행훈련 등 다양한 사례에서  재활의 효과가 상승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토대로 웨어러블 로봇 활용 재활 및 치료의 정부 의료보장 범위가 기존 뇌졸중 등에서 뇌성마비, 파킨슨병 등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이 장애의 극복과 재활치료를 넘어 국방, 산업 등의 신개념 모빌리티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장애인 보행을 돕는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무거운 물체를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본으로 갖기 때문이다.

공 교수는 “현재 개발한 기술로도 50㎏급, 200㎏급 중량물을 운반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을 플랫폼화해 다양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데이터 활용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착용한 웨어러블 로봇이 신체의 다양하고 미세한 동작 데이터를 방대하게 획득할 수 있고, 이는 추후 휴머노이드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공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이 좋은 신체활동 보조기기 역할과 더불에 많은 생체정보를 가져오는 획득장치가 될 것”이라며 ‘미래 로봇기술 경쟁에서 이런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궁극적인 무인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하고 보행 중인 김승환 연구원. 사진=이재형 기자

사이배슬론 참가, 최고 성적 기대

이날 공개한 워크온슈트F1은 ㈜엔젤로보틱스가 생산 중인 상용 재활치료 및 근력보조 로봇이 아닌 국제대회 ‘사이배슬론’에서 세계 최고를 확인하기 위해 개발했다. 앞서 2020년 사이배슬론에서 공 교수팀은 웨어러블 로봇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해 사이배슬론은 오는 27일 스위스를 중심으로 열리며, 장애인의 이동 제한을 고려해 각 나라 경기를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보다 미션 수와 난이도가 대폭 높아졌다.

특히 좁은 기차 객실 사이로 들어가서 앉았다 나오기, 주방 바닥서랍에서 물건을 꺼내 조리대로 옮기기, 지팡이 없이 보행하기, 높이가 다른 계단 3개를 오르기 등 일상에서 겪는 상황을 가정한 고난이도 미션이 관심을 끈다.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하고 유럽 열차규격의 마주보는 좌석 사이로 들어가서 앉았다 일어나 나오는 동작에 성공한 김승환 연구원. 사진=이재형 기자

KAIST팀은 박정수 연구원을 주장으로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인 김승환 연구원이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하고 선수로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워크온슈트 F1의 디자인은 KAIST 산업디자인학과 박현준 교수가 맡았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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