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대립하기 일쑤였던 여야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장 고문의 국감 출석을 놓고 한마음이 됐고, 실제 그는 국감에 출석해 다른 증인·참고인이 대부분 퇴정한 시각에도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의를 받아야 했다.
그가 주목받은 것은 단순히 국감에 처음으로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수십 년간 지적을 받아온 환경 문제와 중대재해 문제로 석포제련소 대표와 현장소장이 구속됐음에도 여전히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기업의 가장 ‘어른’인 그에게 정말 실효성 있는 대안을 묻기 위함이었다.
증인 질의가 시작되니 그가 왜 국감에 나오길 어려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회사의 존립과 관계된 사안으로 본인이 꼭 일본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정작 본인은 오너가 아니어서 회사 일은 잘 모른다고 말했던 그는, 실제로 환경·중대재해 문제에 대해 모르는 바가 너무 많았다.
장 고문은 앞서 8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진현철 참고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진 씨는 2009년부터 약 7년간 석포제련소에서 재직하다 2017년 급성 백혈병을 얻고 법원에서 가까스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아직까지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2010년대 초에는 장 고문이 실질적으로 영풍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던 만큼, 어쩌면 그의 이러한 반응은 진 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너가 꼭 산재근로자의 존재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과, 자신의 회사를 위해 온몸을 바쳐 온 근로자가 회사의 작업환경으로 인해 병을 얻어 장기간 투병 중이고, 현재도 중대재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점을 인지했다면, 그는 국감장에서만 송구하다며 사과할 것이 아니라 피해근로자들을 찾아가 사과를 해야 했다.
국감 당시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현철 참고인을 포함해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그분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비는 것부터가 (작업환경 개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고, 장 고문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제 국감에서 했던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정말로 회사의 존립과 관계된 사안은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 같은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지적받고 있는 환경 및 중대재해 문제가 앞으로도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근로자 없는 기업은 없다. 잘못한 점은 여과 없이 인정하고,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진정성을 담은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 더 나은 영풍을 위해 한 기업의 어른인 그가 나서야 할 일은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