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는 디지털2단지 사거리 근방을 지나 수출의 다리까지 넘어가는 데 최대 1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경기 안양에서 서울 금천구 가산동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김모씨에게는 10년째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는 “차로가 협소하기 때문에 차가 막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시민들은 1분 1초를 다툰다. ‘길에 버리는 시간’은 출퇴근길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그러나 가산동에서 출퇴근하는 이들은 집과 회사를 오가며 매일 몇 시간을 도로에 버리고 있다. 꽉꽉 막힌 도로는 스트레스 지수를 잔뜩 올린다.
지난 달 31일 오후 6시 가산디지털단지 인근 주요 교통 체증 지점을 찾아봤다. 내비게이션에서는 3km를 나아가는 데 20분이 걸린다고 안내했다. 그나마 이날은 차가 안막히는 편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평소보다 도로 상황이 나은 편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철산교 방면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는 차가 빼곡하게 서 있었다. 차들 사이로 이륜차들은 아찔한 질주를 이어갔다.
눈치껏 앞차를 따라갔다. 신호가 바뀌어도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나아갈 수 없었다. 동시에 몰려든 차들이 한데 뒤엉키고 그 사이로 시민들이 길을 건너는 모습이 반복됐다. 횡단보도와 도로의 구분은 없었다. 같은 차선을 쓰는 시내버스는 정류장을 가기 위해 차들 사이를 가로로 비집고 들어갔다.
가산동에서 교통 정체 구간으로 꼽히는 곳은 약 4곳이다. 수출의 다리와 철산교, 디지털2단지, 디지털3단지 인근이다.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교통 정리를 조작해 줄 인력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씨는 “전철 지하화와 지하차도 확보 문제 또한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교통 정리 인력 배치라도 우선 추가 배치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교통 체증은 시민조차 불안에 휩싸이게 만든다.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무턱대고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꼬리물기 문화는 가산동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김씨는 “막히면 무조건 꼬리를 문다. 신호와 관계없이 차량, 이륜차, 사람들이 혼재돼 움직이기 시작한다”며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파출소에 신고해도 오지 않는다. 5번 신고했는데,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이미 포화 상태다. 1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은 출근 시간대만 평균 3만명이 이용한다. 서울에서 혼잡도가 가장 높은 역으로 꼽힌다. 가산 시민들에게 편안한 출근길을 가능하게 하는 선택지는 없다.
금천구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모범운전자 8명을 총 4개소에 배치했다”며 “G밸리 교통 개선을 위해 용역, 개선 공사 등을 내년에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