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한의원의 1인실 입원료가 자동차보험금 지급대상에서 빠지자 병원급인 한방병원의 1인실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의 상급병실이 늘면 자동차보험 입원료도 증가해 자동차보험금 누수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24년 3분기 입원실 현황을 보면 한의원 상급병실 수는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감소했다. 매년 4분기를 기준으로 전국 한의원에 설치된 상급병실은 △2019년 474개 △2020년 1211개 △2021년 1211개 △2022년 1018개 △2023년 867개 △올해 3분기 817개다.
보험 처리에 제한이 없는 한방병원 상급병실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한의원 상급병실 수를 넘겼다. 한방병원 상급병실은 △2019년 539개 △2020년 622개 △2021년 741개 △2022년 898개 △지난해 1018개 △올해 3분기 1074개다. 한방병원에 설치된 1~2인실이 한의원에 설치된 1~2인실보다 많아진 것이다.
한방병원 기관 수는 그대로였다. 전국 한방병원은 지난 2019년에도, 이번 3분기에도 704곳이었다. 한방병원에 설치된 상급병실 비중이 커진 것이다. 오히려 설치한 상급병실 수가 줄어든 한의원이 지난 2019년과 2022년 2만8000여곳에서 올해 2만9000여곳으로 1000곳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22년 11월 국토교통부는 일반병실이 없는 등 부득이한 경우 병원급 이상에서만 상급병실 입원료를 보험처리할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을 개정했다. 일부 소규모 한의원이 고액의 상급병실만 두고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수령하자 의원급에서 보험 처리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한방병원 상급병실 비중이 높아지면 보험금 누수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사보고서에서 “자동차보험 한방 병‧의원의 입원료 증가는 1인실 상급병실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1인실 상급병실이 늘어났고 높은 진료수가를 적용받았기 때문에 입원료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입원하는 환자 수도 1인실 상급병실의 증가와 함께 한방병원에 집중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23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를 보면 한방병원의 지난해 입원 환자수는 전년 대비 10.95% 증가했다. 한의원 입원 환자수는 5.87% 줄었다.
손해보험업계는 한방병원 등이 불필요한 입원을 권하며 보험금 누수를 유도하고 있다고 본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입원실이 갖춰져 있는 곳에서는 입원하실 수 있으면 입원하라고 권유한다”며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험금 누수가 계속되면 손해율이 올라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율은 80.2%로 작년 동기보다 2.2%p 올랐다. 금감원은 지난해 한 해 누적 손해율인 80.7%에 근접해 손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